캠핑카 세계 여행의 친구?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준비 편 4

by 류광민

여자 친구를 알아야 해요

해외 장기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유럽만 다니는 것도 아니고 러시아와 터키 등 다양한 나라를 다니기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이 필수. 내비게이션은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하지만 주차장도 찾아주고 주유소도 찾아준다. 가끔 심심할 때면 나에게 상냥한 말로 이야기도 해준다. 왜 내비게이션 음성은 모두 여자 목소리일까?


맵스 미(Mapsme)와 시직(sygic),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까?

유럽만을 여행한다면 톰톰이 약간의 구입비용이 들지만 효과적이고 안정적일 것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구글. 인터넷이 잘되는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 인터넷이 안되더라도 오프라인 맵을 다운로드 하여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 횡단처럼 언제 어떻게 다닐지 모르는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 무료 내비게이션 중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맵스 미(Mapsme)와 시직(sygic).

두 개의 앱 모두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핸드폰에 설치하였지만 나는 최종적으로 시직을 주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으로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맵스 미는 많은 정보를 입체적으로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시직에 비해 전력 소모가 많기 때문.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장시간 운행이 있을 경우에 많은 전략 소모는 내비게이션 작동에 결코 유리한 일은 아닐 듯. 장거리 여행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도로의 제한속도, 주유소, 주차장 등에 제한된다. 이 정보만 제공된다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이를 실제로 차량 운행에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나는 국내에서도 시험해보고 캠핑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했던 라오스 여행에서 직접 시험 사용해 보았다.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기기는 집에서 놀고 있던 핸드폰으로 선택하였다. 추가로 시직에서 음성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권을 구입하였다.


국내 네비와 많이 달라요!

여러 도시와 나라를 통과할 때마다 무료 내비게이션은 이상한 길을 안내한다. 시직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포장도로, 페리 등 항목별로 포함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루트 선택에는 최단거리, 최단시간, 경제적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최단거리를 하면 가끔 폭이 좁은 샛길을 안내해 주어서 덩치가 큰 차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비포장도로를 포함하게 하면 너무 심한 길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 최단시간 또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 경제적 루트를 선택해 보니 이 또한 비슷한 일들이 가끔 반복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와 같이 일방통행로가 많은 복잡한 도심에서 빠져나갈 때 이런 일이 발생하면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길은 좁고 가파른데 뒤에서는 차들이 따라오고 하면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다. 몇 번의 고된 신고식을 치르고 나면 가끔 여자 친구가 안내하는 길을 무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 친구는 큰길을 놔두고 옆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지 않아서 옆에 새롭게 난 큰길이 있는데 다른 길로 가란다고 한다. 여자 친구 말만 듣지 말고 도로표지판도 함께 잘 보고 가면 좋다.

복잡한 구도심을 통과할 경우에는(특히 빠져나올 때) 구글이 안내해 주는 길과 비교하여 잘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우선 큰 대로변으로 안정적으로 빠져나온 다음에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루트를 사전에 확인하면 위험한 루트를 피해나가는데 유용하다.

그래도 이 문제 많은 여자 친구는 매우 소중하다. 가끔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여자 친구의 성격이 이상해요!

여자 친구를 더 잘 알기 위해 여자 친구 성격을 이야기해 하자. 이 친구는 길을 안내해 줄 때 나와 사고 체계가 다른 모양이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와 대화를 할 때에는 한국어로 한다.

만약에 직선도로에 90도 오른쪽 방향으로 길이 있을 때, 직진해야 할 때면 이 친구는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한국에서 사귀었던 또 다른 여자 친구는 직진하라고 말해주었던 것과 분명 다르다. 오른쪽 길과 왼쪽 길 두 개 중 왼쪽 길로 가야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분명 기존의 여자 친구와는 안내해 주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그리고 아직도 모르는 외계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 미숙한 점이 있다. 외국인이라 이해해 줄만 하다. 예를 들면, 미터와 분을 구분하지 못한다. 100m 남았을 경우 표시를 100분이라고 표시한다. 시간에서의 10분은 10분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누군가 가르쳐 줄 때 영어로 표시된 m를 모두 분이라고 알려 준 모양이다. 그러니 외국인 여자 친구 성격을 잘 알고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안전한 운행에 좋을 듯하다.


시직 여자 친구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

오스트리아에서 리히텐슈타인 중립 국가를 거쳐 스위스 국경 근처 호수 가에서 하루 정박을 한 후 다음 목적지인 루체른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스위스 고속도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비넷을 40 스위스 프랑을 주고 사야 한다. 비용이 약간 부담이 되어서 고속도로 비포함 루트를 검색하여 루체른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가다가 좁은 마을길로 안내를 하고 결국에는 산길로 안내를 하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스위스에 워낙 산이 많으니 그럴 수 있겠지 하였다. 러시아에서 큰 문제가 없었기에 여자 친구를 믿고 올라갔다. 올라가다 보니 후진할 수도 없는 낭떠러지 길로 가는 게 아닌가. 내 진짜 여자 친구는 손바닥에 땀을 흘리면서 이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다.

겨우 겨우 산을 내려오니 고속도로 옆길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아니 고속도로 회피 도로를 선택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더 황당한 문제는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리용 좁은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도로가 아니라 관리용 도로여서 터널 높이 표시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차에 내려서 터널 폭과 높이를 확인을 하는데 공사를 하던 관계자 한분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디에서 왔어요. 비넷은 있어요? 비넷이 없으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해요.”

아니, 지금 넘어온 죽음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 지금은 비넷은 없지만 살게요.”

네비가 잘 못 가르쳐 주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길, 저 아래 고속도로가 보인다. 관리용 터널 통과 모습. 스위스 아저씨 감사!


속으로 “제발 도와주세요.”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분은 가지고 있던 자로 터널 높이를 재워본다. 다행히 3미터가 넘는다고. 아이고 감사. 혹시 모르니 차 통과할 때 위를 봐주겠노라고. 친절한 그분들 덕분에 좁은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공사용 도로를 이용해서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우리 여행에서 만난 또 한 명의 은인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여자 친구만을 믿었다가 죽기 직전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비용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첫 번째로 나타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비넷을 과감하게 구매하기로 하였다. 10일 정도 여행하는데 1년 치를 구매하면 어떠한가? 스위스의 위험한 비탈길로 또다시 여자 친구가 안내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는가? 40유로인 줄 알았는데 40 스위스 프랑이란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5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10일 동안 마음대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니 크게 비싼 것은 아니다. 물론 스위스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싼 가격이지만. 옆 나라 오스트리아처럼 10일 권을 별도로 팔면 더 좋을 것 같은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