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편 - 러시아 캠핑카 정박지
캠핑카로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캠핑카 정박지에 관한 정보이다. 유럽 국가들을 여행할 때에는 구글이나 캠핑장 안내 앱 또는 캠핑카 주차장을 찾아주는 앱(예를 들면 park4night)에서 무료나 유료로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많은 지점들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자동차로 러시아를 횡단하는 여행자들 대부분이 차 정박지로 이용하는 곳이 주 간선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트럭 카페이다.
트럭 카페는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곳이지만 최근에 시베리와 같이 거대한 대륙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대형 화물차들은 물론 승용차들도 함께 쉬어가는 곳이다. 식당, 화장실 또는 샤워실과 같은 편의시설과 넓은 면적의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자동차 수리점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대형 화물차가 쉬어갈 수 있는 트럭 카페들이 나타난다. 이 트럭 카페에서 운전자나 여행자들이 식사를 하고 세수도 하고 화장실 일도 보고 밤이면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대형 화물차가 주로 사용하는 주차장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매우 넓다. 트럭 카페들 대부분이 큰 도로 옆에 있지만 밤이 되면 도로는 조용한 거리가 되고 잠자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자다가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차에서 나와 보게 되는 청명한 시베리아 밤하늘의 별들은 정말로 장관이다.
시베리아 여행 초기에는 구글 지도에서 하루 정도 갈 거리를 정하고 그 거리 정도의 지역에서 위치하는 트럭 카페를 찾았다(이에 대한 정보는 구글이 상당 부분 정확했다). 주차장 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거의 다 무료로 정박할 수 있었다. 카페 이용과는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차가 저녁 늦게까지 주차장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요금을 걷으러 왔다.
점점 서쪽으로 진행하면 할수록(내 생각에는 화물차 물동량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무료 카페보다는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주차장이나 카페 빈도가 높아졌다. 유료 카페인 경우, 하루 밤을 보내는데 50 루블에서 100 루블 정도 하였다. 운이 좋으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 이용이 무료인 경우도 있다. 편편한 바닥에서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추운 러시아에서는 항상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 같다)로 세수도 하고 물도 보급받고 일을 다 본 상태로 편한 잠을 잘 수 있다.
트럭 카페는 대륙의 나라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단순히 차가 정차하는 곳이 아니라 험난하고 고단한 운전 길에 휴식을 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 통행량이 많은 곳의 트럭 카페는 규모도 상당히 크다. 그런 곳에서는 자동차 정비소, 타이어 교환소는 물론 모텔과 같은 숙박 시설도 있다. 그리고 운전사가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장이 있기도 하다.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고 며칠을 캠핑카에서 보내다 보면 이런 샤워장이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샤워장은 샤워부스가 여러 개 있는 곳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러시아 트럭 카페의 샤워장은 샤워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실로 되어 있으며 안에는 세면대, 의자, 화장실이 함께 구비되어 있다. 카운터에서 요금을 내면 샤워실로 들어갈 수 있다. 모텔 안에 있는 경우도 있고 별도의 건물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러시아 전통 사우나인 반야이다. 모텔 안의 샤워실 이용료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4천5백 원(200 루블 정도에 이용하였다) 내외의 돈이었다.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의 샤워실 비용(우리는 2.5유로에 사용, 한화로 3천 원 정도) 보다 비싼 편이지만 장거리 운행에 따른 피로를 풀기에 좋은 장소이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초기에 편하게 사용하였던 트럭 카페에서 종종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우리 차 옆에서 밤새도록 시동을 켜 놓는 차들이 있을 때가 있다. 냉장고를 틀어야 하는 냉장차들이 바로 그 주인공. 그러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 도로 환경에 조금 익숙해지자 트럭 카페 이외의 다른 정박 장소들을 찾아보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행을 하던 9월의 시베리아는 벌써 추수가 끝나거나 넓은 초원에 풀들이 베여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주변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로에서 가깝지만 우리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초원에서 가끔 낭만의 시간을 보내는 용기를 내보곤 하였다. 바이칼 호수가나 지역 주민들이 찾는 지역 명소의 작은 호수가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장소이었다. 이런 지역에서 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편안한 호텔이 전혀 부럽지 않다.
그다음에는 더 큰 용기를 내보기도 하였다. 작은 마을 공터도 우리의 정박지 중 하나가 되었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우리가 신기한 듯 캠핑카 주변에 와서 짧은 영어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다. 새벽 산책길에 마을 분들과 눈으로 인사를 나누고 아침에 마을을 빠져나왔다.
러시아 작은 도시에서는 무료로 차를 정박시킬 곳이 생각보다 많다. 일단 차를 주차시키고 나서 마을 주변을 산책 겸 돌아다니다 보면 주민들이 차를 밤에도 주차시켜 놓은 상대적으로 넓은 곳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곳 중에서 편리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러시아만큼 다양한 캠핑카 정박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작은 도시에 늦게 도착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힘든 경우에는 슈퍼마켓 앞 주차장에서 자기도 하였다. 슈퍼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고 정박하는 것이다. 작은 도시일수록 밤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길가 주차장에서 자도 매우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차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도시 전체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다만, 가로등과 슈퍼마켓 불빛이 우리 주변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주차비를 달라고 하는 분들도 없다. 러시아 여행 과정에서 모스크바와 옴스크 도심을 제외하고는 주차비를 달라고 하는 곳이 없었다. 역시 땅이 넓은 나라라서 주차가 대부분 무료이다.
우리가 정박했던 곳 중에 가장 힘들었던 곳은 주유소 옆 도로변이었다. 해가질 무렵이 다 되었는데도 트럭 카페가 나타나지 않는 구간이 있었다. 해가 질 무렵에 주유소가 하나 나타났다. 포장도로 주변과 연결되는 비포장 도로에 트럭을 포함해서 승용차들이 하나씩 주차를 하고 있었다. 이 차들 모두가 하루 밤을 이곳에서 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시베리아 도로 대부분 구간이 야간 운행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도로포장상태도 갑자기 안 좋은 지점(울퉁불퉁한 것은 물론이고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기도 한다)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갓길 쪽 가드레일이 대부분 없고 가로등은 대도시 아니면 전무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길옆으로 이탈하는 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현지인들도 밤에는 주행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다른 차들과 함께 주차를 하고 밤을 보내면 좋을 듯하다.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정박을 했다. 해가 지기 전에는 주변 도로변에서 주차를 하고 시내 구경을 하였다. 차들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 밤에는 차를 광장으로 이동시켜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사람과 차들이 안 다니는 도로보다는 오히려 조명이 비추어지고 멀리서 차들이 다니는 광장 같은 곳이 보다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이곳에서도 아무도 다가와 문제를 삼지 않았다.
주요 간선 도로변에는 차가 고장 났을 때 운전자가 직접 고칠 수 있는 작업대가 설치되어 있고 화물차들이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용주차장이 주기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이 주차장을 낮에 쉬어가는 곳으로만 사용했고 밤에 정박하는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 트럭 카페를 이용하였다. 최근에는 치안문제와 같은 일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잠을 자는 것보다는 돈을 조금 내더라도 트럭 카페에서 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러 팀이 함께 정박을 하는 경우라면 정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변 풍경이 좋은 곳들도 많고 대부분의 주차장이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차 정박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랄 산맥을 넘어오면 도시와 도시 간 간격이 좁아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은 도시들이 정박지가 된다. 이때부터는 캠핑카 무료 주차장을 찾아주는 웹의 도움을 받거나 구글 지도에서 후보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파악한 정보와 현지 정보가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공사 중으로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몇 년 전 정보와 달리 환경이 완전히 변화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혹시 모를 다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아야 한다. 항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행전략이 필요하다.
모스크바에 들어오면 항상 여유로웠던 주차 환경이 달라진다. 모스크바 도심에서 불법 주차를 하면 어느 순간에 경찰이 다가와서 딱지를 떼고 잠시 후 견인차가 온다. 우리는 모스크바에서는 처음에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차가 불가능하여 다른 게스트로 하우스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주거지 등록증(이전에 묵었던 호텔 숙박 증빙서류가 없다고 해서) 문제로 숙박이 불가능하단다. 그러나 정말로 친절한 게스트하우스 직원(한국어가 되는 한국계 러시아인)의 도움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차장에서 무료로 샤워장을 사용하면서 3박을 했다.
러시아 대도시인 쌍테 부르크에서는 도심 외곽에 있는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이곳에서 2박을 정박했는데 문제를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었고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사기에도 편리하였다. 그다음에는 인근에 있는 대형 공공시설의 주차장을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