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78 - 그리스 Kato Samiko해변
오후 3시에 고대 올림픽 유적지를 나와 인근의 해변가로 향한다. 평야지대를 지나고 언덕 몇 개를 지나면 바로 해안가에 도착한다. 12월인데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과수원길이 나타난다.
"아니 지금 겨울 아닌가? "
"왜 이렇게 탐스러운 오렌지가 나무에 아직도 달려있지?"
그런 신기한 풍경은 그리스 여행 내내 볼 수 있었고 터키에서는 2월에도 볼 수 있었다. 오렌지 나무의 겨울은 언제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오늘 해변으로 온 이유는 정말로 조용한 곳에서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이다. 어제 이탈리아 바리에서 그리스로 오는 배에서 잠을 제대로 못 청해서 피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해안가에는 두 대의 캠핑카가 먼저 와 있다. 아톰보다 조금 큰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캠핑카와 작은 밴을 개조한 캠핑카. 큰 캠핑카는 프랑스 번호를 달고 있었다.
이 차 뒤에 아톰을 주차시켰더니 그 차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붙었다고 ‘No’라고 말한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떨어졌는데 말이다. 이게 문화 차인가 보다. 충분히 넓은 공간이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지 않고 싶기 때문에 많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 떨어져야 하는 정도에 대한 감각이 서로 다른 것이다.
“그래. 알았어요.”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데 꼭 같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 안쪽에 깊은 곳으로 아톰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도록 주차시킨다. 차의 모든 커튼을 활짝 열어 놓는다. 정말 자유 그 자체이다.
해안에는 모래사장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저 멀리 산과 만나는 풍경이 아름답다. 어제 건너온 이오니아 해의 파도는 잔잔하다. 겨울인데 바람도 없고 지중해 영향으로 춥지도 않다. 겨울 캠핑으로는 최적의 조건이다.
작은 캠핑카에서 아기를 안고 젊은 부부가 나와 해안가를 산책한다. 참, 아름다운 그림이다. 우리 부부도 그 해안가를 산책한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나니 석양이 더욱더 붉어진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여기는 북위 37.5도이니 서울과 비슷하다. 지금 서울은 춥겠지.
아내의 유적지 공부는 밤에도 멈추지 않는다. 현장에서 못다 한 공부가 있나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저녁 산책과 식사까지 마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이제 밤 10시가 되었으니 자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내가 오늘 사진으로 찍어 온 고대 올림픽 유적지 설명문을 사전에서 단어까지 찾아가며 나에게 완역 수준의 번역을 시키고 있다. 관광분야의 정치경제학 책을 번역, 출간해서 상까지 받은 나였지만 지금 너무 힘이 든다.
‘오! 아내여. 어떻게 그 많은 유적지를 다 공부하려고 하나요. 이제 잠을 자야 해요.’
아내의 유적지 설명문에 대한 공부는 그리스 여행 내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