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Zelkova
가을이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파란 하늘을 우러러보는 일.
노랗고 불그스레 물든 느티나무잎이
하늘에 높이 매달린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는 일.
이 가을에도 느티나무 아래 섰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드리워진 날
느티의 가을이 여전히 아름답던 날
한참을 그렇게 올려다보면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느티나무 가지들 사이로
가을이 흘러갑니다.
느티의 가을잎은
갈색 바람이 됩니다.
이 가을도 이렇게 흘러갑니다.
나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대의 발명/박정대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00mm, ƒ/3.5, 1/16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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