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길-19

느티나무 Zelkova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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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파란 하늘을 우러러보는 일.


노랗고 불그스레 물든 느티나무잎이

하늘에 높이 매달린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는 일.


이 가을에도 느티나무 아래 섰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드리워진 날

느티의 가을이 여전히 아름답던 날


한참을 그렇게 올려다보면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느티나무 가지들 사이로

가을이 흘러갑니다.

느티의 가을잎은

갈색 바람이 됩니다.


이 가을도 이렇게 흘러갑니다.

나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대의 발명/박정대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00mm, ƒ/3.5, 1/16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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