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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27. 2024

가을이 오려나-8

쑥부쟁이 Kalimeris asters


안도현 시인이

'무식한 놈'으로 여겨 절교하겠다는 사람은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그 쑥부쟁이가 피어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숲가에 몇 송이  작은 꽃이 피더니

올해엔 제법 풍성한 모습으로

개체수가 늘어났습니다.


시골에서는 초가을이면

산길 들길에 지천으로 피는

대표적인 가을 들꽃이지만,

동네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꽃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기도 하고

때로는 파괴하기도 하지만,

자연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우리가 잊어가는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쑥부쟁이 / 박해옥

 

저녁놀 비끼는 가을언덕에

새하얀 앞치마 정갈히 차려입은 꼬맹이 새댁

살포시 웃음 띤듯하지만

꽃빛을 보면 알아

울음을 깨물고 있는 게야


두 귀를 둥글게 열어 들어보니

내 고향 억양이네

정성스레 냄새를 맡아보니

무명적삼서 배어나던 울엄니 땀내

울먹대는 사연을 들어보니

무망중에 떠나온 길이 마지막이었다는


고향집 언저리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쑥부쟁이야 쑥부쟁이야

층층시하 시집살이가 고달픈 거니

오매불망 친정붙이들 그리운 거니


옮겨 앉은 자리가 정 안 붙고 추운 것은

돌아갈 옛집을 갈 수 없기 때문이야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1158402/will-fall-come-8-by-yong-ki-park


#가을이 _오려나 #쑥부쟁이 #동네_숲가 #고향을_떠올리게하는_꽃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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