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Plum blossoms in the snow
3월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것도 제법 많이.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얗게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바로 전날
동네에서 매화가 몇 송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기에
눈 속에 피어난 매화
설중매(雪中梅)를 사진에 담고 싶어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솜같이 포근한 눈을 기대했는데
계절이 계절인만큼
눈은 벌써 녹아내리며
얼음이 되었습니다.
차가운 얼음찜질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피어있는
매화의 생명력이
참 아름답고 고맙습니다.
설중매:雪中梅/ 月影 이순옥
남겨진 계절의 묘비를 모른다
오직 내려 쌓인 순백의
눈 속
고고히 꽃피운 봄의 전령사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계절에
가장 빛나던 한 시절을 회상한다
질투 많은 운명조차 날
사군자의 으뜸으로 부르던
벗이여!
지금이라는 시간을 살아갈 뿐인 네게
슬프도록 여린 햇살
은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오후
꽃은 피었으되, 다시
돌아 올 봄을 기약할 수 없어도
해탈의 경지에 선 네 모습처럼
설중매 찬란하구나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10787103/spring-snow-2025-1-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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