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밭
우리 동네 작은 상가 뒤편
피아노 학원 앞에는
작은 꽃밭이 있습니다.
지금은 삼계탕집으로 바뀌어
어디론가 떠난
고깃집 아주머니가 가꾸던 꽃밭.
가꾸던 사람은 어디로 갔지만
심어놓고 가꾸던 꽃들은 여전히 피어있습니다.
흰색 잎과 흰색 꽃이 피는 설악초도 있고,
한쪽에는 키 큰 가우라도 있습니다.
설악초 사이사이에
예쁜 청화쑥부쟁이도 피어있었습니다.
그 옆으로는
다른 음식점 주차장을 향해
유난히 분홍빛이 강한
분홍구절초도 피어납니다.
이제는 누가 가꾸는 지 알 수 없지만
꽃들은 이 가을에
생명을 주신 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가꾸던 사람이 떠나건 말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늦 가을이 오건 말건
주차장 사이 작은 꽃밭엔
해맑은 모습으로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꽃밭에는/ 문정희
꽃밭에는
철마다 약속이 피어난다.
너는 봄에 피는 꽃
(봄꽃들은 어김없이 봄에 핀다.)
너는 폭양을 이고
여름을 사는 꽃, 또는
시인처럼 가을길에
서 있는 꽃, 너는
그렇지, 건초들과 함께
떠나가는 꽃, 너는
(갈꽃들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우리처럼 버티는 일 하나도 없는
아, 아름다운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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