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은
정원과 화단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랜 된 우리 아파트는
작은 화단밖에 없는데,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만들고
지상은 정원과 산책로로 만들어 놓아
마치 작은 수목원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게 해 놓았습니다.
한 아파트의 길가 쪽으로 만들어 놓은 화단에는
분홍구절초가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분홍구절초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꽃등에도 날아와 앉고
범나비도 날아와 앉아
찬조 출연을 해주었습니다.
그 아파트 건너편에도
새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그 아파트 옹벽 아래로 난 길 가로수는
계수나무를 심었습니다.
계수나무는 단풍이 예쁘게 드는 나무로
단풍이 들면 달달한 냄새가 납니다.
단풍이 들면 잎 속에 엿당의 함량이 높아져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명은 Cercidiphyllum japonicum이지만
영어로 caramel tree라고도 합니다.
계수나무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 나오기 때문에
많이 헷갈리는 나무라고 합니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그런데 실제로 달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설화에 등장하는 나무는
우리가 계수나무라고 부르는 이 나무가 아닙니다.
설화에 나오는 나무는 '목서'라는 나무로
중국에서는 이 목서를 ‘계수(桂樹)’라 부르기 때문에
혼동이 된 것이라 합니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계수나무라고 하는 나무를
연향수(连香树)로 부릅니다.
이렇게 혼동스럽게 된 이유는
일본에서 이 나무를 한자로 '桂(계)'로 쓰고
'가츠라'로 발음하는데,
일제 강점기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桂(계)에 나무라는 뜻의 樹(수)를 붙여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달 속에 산다는 목서 혹은 계수(桂樹)와
혼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아니지만
동네에 심긴 작은 계수나무의 단풍이
참 아름답게 물든 가을을 만났습니다.
시월 이야기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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