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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쩜반살롱 Oct 21. 2024

게으른 자의 성공담

옛이야기가 가리키는 우주의 진실

의식의 마스터란 무엇인가? 

<새끼 서 발로 장가든 총각> 같은 옛이야기에서는 게으른 주인공이 한껏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어 집으로 개선한다. 어느 가난한 모자가정 집안에 밤낮 허리휘게 농사짓고 남의 심부름 해주며 하루벌이 일을 해오는 어미와 하는 일이라고는 '아랫목에서 밥먹고 윗목에서 똥누는' 것 밖에는 없는 허우대 멀쩡한 아들이 살았다. 이런 아들을 보다 보다 참지 못하고 어미는 새끼줄 서 발만 아들 손에 쥐어주고 집밖으로 내쫓아버렸다. 새끼줄 한 손에 들고 길을 터덜터덜 가는데 항아리 장수가 지게에 항아리를 묶는데 새끼줄이 조금 모자랐다. 마침 새끼줄을 들고 지나가는 총각을 불러 세워 항아리 하나를 새끼줄과 바꿨다. 항아리를 들고 또 터덜터덜 길을 가다가 어느 아낙네가 물동이를 이다가 물동이를 깨뜨렸다. 그 아낙네는 총각의 물동이값으로 집에서 떡시루를 들고와 건네주었고 총각이 떡시루를 들고 가다가 송장을 지고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총각이 그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송장지고 가던 사람들이 장난삼아 총각의 할머니라고 말했다. 

각은 자기 할머니라는 말에 떡시루로 값을 치르고 송장을 받아 짊어졌다. 그 송장을 지고 가다가 우물가에 잠깐 세워두었는데 어떤 이쁜 처녀가 와서 우물을 긷다가 웬 할머니가 자고 있어서 왜 우물가에서 자고 있냐며 살짝 건드려봤는데 할머니가 픽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자기 때문에 할머니가 죽은 줄 알고 고소당할 공포에 떠는 처녀에게 총각이 내게 시집오면 못 본척 해주겠다고 해서 처녀는 총각과 필생의 약속을 하게 되었다. 처녀와 총각이 그리되어 길을 가는데 비단장수가 지나가다가 처녀가 탐이 나서 괜히 시비를 걸고 수수께끼를 낸다. 처녀가 답을 살짝 알려주어 총각은 처녀를 지켰고 총각이 낸 수수께끼를 비단장수가 맞추지 못해 고급 비단더미가 당나귀채로 총각손에 넘어갔다. 총각은 비단과 함께 신부감을 당나귀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질박한 유머와 삶의 리듬감이 실린 이야기이다. 옛이야기에서 발견하는 無心의 미학,'게으름뱅이'가 표상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음 즉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는 해도 개입하지 않음의 테크닉이다. 삶의 기술이라고도 본다. 

외부의 사건으로 어떤 강한 감정이 일어날 때 뇌는 과거의 이미지를 소환한다. '기억'의 정체라 할 수 있는 이 과거의 이미지는 현재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촉발된 감정에 기름을 붓는다. 뇌와 몸은 과거에 지금의 감정을 일으킨 상황과 같은 화학반응을 통해 현재의 나에게 과거의 일을 소환하여 다시 경험하게 한다. 

"두 인격의 만남은 두 화학물질의 접촉과 같다. 반응이 있으면 둘 다 변형된다."-칼 구스타프 융

만일 좋지 않은 상황의 일이 기억으로 재생되었을 때, 필름 속의 나는 반갑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날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기 시작한다.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감정은 언제든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트리거를 기다리며 내면에 잠복한다. 같은 사건 앞에서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지혜롭게 회복하고 어떤 이는 상처받는다. 양 방향의 태도 중, 상처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어두운 경향으로 우리 인류는 학습되어왔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뜻한 바대로 미래가 전개되리라 기대하고 타인을 그렇게 격려하지만 그게 인생에 '독을 타는' 행위가 되는 줄을 모른다.

내가 생각하고 뜻을 세웠다고 해서 그것이 순전히 나의 발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리라. 내 생각은 어디까지가 나의 고유한 생각인가. 광대한 우주의 미물에 지나지 않음을 자각하고 그래도 그런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그저 느끼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아니면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이 답이다.

"그림자가 없는 빛은 없고 불완전하지 않은 정신의 온전함은 없다."-칼 융

세상이 나를 진부하다고 한다면 '진부함'에 머물고 슬플 때는 슬픔을 수용하며 살 일이다.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역경을 이기는 치트키는 몰반응과 몰입이다. 외부세계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내면에 몰입하는 힘이다. 외부세계에 반응하지 않는 방법은 "그랬구나." "그렇구나."하는 것이다. 

구심력, 원심력, 무중력, 무심력 중에서 무심력은 이 시대를 안전하게 돌파할 개인의 인생스킬이다. 공중부양으로 무중력을 실현하긴 매우 어렵지만 무심력은 생각해 볼 만하다. 

'무심하다'는 말은 때와 장소에 따라 좋은 의미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않기도 하다. 그런데 무심함이 힘이 된다고? 린 그라본의 여기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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