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에게,

책은 세 종류로 나뉜다. 

머리를 치는 문장, 무릎을 치게 하는 문장, 가슴을 치는 문장. 

머리를 치는 문장은 잘 몰랐던 사실이나 정보도서를 읽을 때 새로운 깨달음에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문장은 알고는 있었으나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는 문장들, 가슴을 치는 문장은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는 것도 아까울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글이다. 세 종류 모두 의미 있다. 무지를 깨닫게 해주고, 세상은 넓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깨달음을 준다. 가슴을 치는 문장은 꾹꾹 눌러 담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과 동시에 작가의 재능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어떻게 저런 글을 쓸까. 저런 표현은 어떤 경험에서 나오는 것일까.’

수십 년을 읽는 사람으로 살며 그들의 문장을 흠모했다. 부러움의 대상은 닮고 싶어진다.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부러워만 하던 문장들은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부러움은 흠모로 때로는 질투로 그것이 닮아가게 한다. 나를 살리기도 하고 다시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던 문장들은 어느덧 머리에서 손끝까지 내려와 쓰게 만든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어느 때부터인가 쓰고 있다. 그것이 다시, 욕심으로, 질투로, 변하고 있다. 집안 곳곳 안성맞춤인 가구가 놓여있듯 문장요소를 갖춘 글을 뱉어내는 작가들을 질투하고 있다. 그들의 문장을 가지고 싶다. 

시시때때로 변하던 물욕은 어느새 문장수집에 와있다. 다행인지 문장에 대한 욕심은 돈이 들지 않는다. 

글쓰기를 하고 나서부터 만족스러운 부분이 안정감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싸여 소비로 맑아지던 마음이 서서히 안정되어간다. 

혼자 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것이니깐. 스스로 위안도 된다.      

읽지 않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쓰는 일. 

누군가는 읽기와 쓰기는 다른 행위같지만 하나라고 한다. 억지스럽지 않다.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을 동경하다가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