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목소리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목이 안 좋으세요?"
"이 시간만 되면 목이 잠깁니다."
옆강의실의 문법 담당 김선생님이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6시 00분부터 시작되는 강의는 50분 강의에 10분 휴식이 주어지며 오후 1시까지 연속강의이다.
새벽 6시부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대단하지만 7타임을 내리 강의하는 강사들에게도 보통일은 아니다.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서 인지 힘든 줄 모르고 하던 시절이었다.
어렵게 선 자리이기도 했다. 어학전공자가 아닌 강사로서 핸디캡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강의해야 했다. 첫 강의를 운이 좋게도 어학의 메카 종로 한 복판에서 할 수 있게 된 행운을 얻게 된 것만해도 밥을 먹지 못해도 잠이 부족해도 되려 힘이 났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목소리에 힘이 생기도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알아차렸다. 강의가 '천직'이라는 것을. 강의를 하기 전 학교 행정실에 1년 정도 근무해봤는데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제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 그렇게도 맞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첫 강의 자리라 강사료도 얼마되지 않고 수강생도 많지 않았지만 모든 수업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밤늦게 까지 교재분석에 자료만들기, 지금 다시 그렇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
1시 수업을 마치면 밥을 먹지도 못한 채 가방을 챙겨 성동구로 향했다. 일본어 강의를 하기 전부터 아이들의 논술 수업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연속강의였다. 일본어 강의에서 성인을 담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초, 중등을 담당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가르친다는 행위는 같았기에 이 일또한 즐거웠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에 13시간 강의. 아파서 결근을 한 적도 없다. 지각도 없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젊었으니 가능했겠구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체력이 좋았던 이유만은 아니었던 듯 하다.
즐거워서 였을 것이다. 일을 일로써가 아닌 그 이상으로 즐겼다.
다른 강사들보다 뛰어난 점은 없었지만 성실함 하나는 자신있었다. 그런 성실함을 알아보고서 논술학원에서는 1년 만에 부원장 자리로, 어학원에서는 대기업의 강의로 이어졌다. 경력이 없는 초보 강사에게 첫 강의를 KOTRA(코트라) 에서 할 수 있었던 행운이 생긴 것도 작은 일도 성실하게 임했던 태도덕분인 것 같다. 즐기는 사람의 태도는 뭐든 열심히 하려는 자세였을 것이다.
라떼 시절이 떠오르는 건 지금도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 이다.
좋아하는 일앞에서는 지칠 줄 모르고 하던 내가 요즘엔 툭하면 힘들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뱉어낸다. 그때와는 여건이 달라진 탓도 있겠지만 모든 일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간절함, 감사함이 있는지.
오늘 하루는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수강생 1명으로 시작했던 강사는 정확히 5년 뒤, 강의 스케줄로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를 이리 저리 살피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업스케줄로 강의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다음강의 때는 꼭 해 드리겠다는 약속도 하고 주변 강사를 소개 시켜주기도 한다.
그랬었었지하며....
다시 한번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