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에 전시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3년 만이다. 3년 전 심천 전시 현장을 마지막으로 나의 체력과 정신력 모두 전시 현장은 그만 떠나야 할 때라 판단했건만 어쩌다 보니 또다시 그곳에 돌아가게 되었다. 내가 처음 중국 출장을 간 건 1996년 베이징이니 22년 동안 중국 변해도 정말 많이 변했다. 몇년에 한번 정도 상해, 항저우, 심천을 돌아다니며 중국의 발전상을 목격할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 입이 쩍 벌어졌다. 한국보다 더 높은 건물이 많고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명품 매장이 꽉 찬 중국의 모습을 보면 그 나라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우리나라를 방문한 참전용사들이 느끼는 감정도 이와 같은지 모르겠다. 폐허였던 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며 먹고살만해졌군 하는 그런 맘 아닐까?
아무튼 이번에 다녀온 상해는 22년 전 첫 방문이래 4번째 방문이다. 전시장이 워낙 큰 데다 인구까지 많아서 그 큰 전시장에 꽉 찬 인간들에 놀라고 끊임없이 떠들어내는 화통같은 목소리에 놀라고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 무서운 중국의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인들에 대한 나의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이 똑같이 안 좋다는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니 중국인을 비하하거나 비방하는 의도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처음 중국 사람들을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자다 일어난 머리스타일이었다. 떡지고 기름진 헝클어진 머리로 활보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너무나 내추럴한 스타일이 잊히지가 않았다. 요즘은 돈이 넘쳐나서 명품을 휘감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일반인의 스타일은 촌스럽다. 예전처럼 더럽지(?) 않은 게 좀 달라진 거라고 해야 하나?
그 다음으로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물고 다니는 남성들이 여전히 넘친다는 게 변하지 않는 두 번째였다. 한국도 금연이 법으로 시행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상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그냥 사방에서 내 코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 가뜩이나 안 좋은 공기 때문에 숨도 쉬기 어려운 판국에 담배 냄새까지 넘쳐나니 이건 뭐 공기 테러다.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땅까지 공기 테러를 어쩌지 못하고 매일 받고 있지만 정작 근원지에 사는 사람들은 마스크도 안 끼고 돌아다닌다. 정말 강적들이다. 눈이 따갑고 코가 맵다 못해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담배 냄새까지 범람하는 곳.. 정말 최악이었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 빌딩과 쇼핑몰이 꽉 차고 없는 게 없는 곳이지만 다시는 또 가고 싶지 않은 도시가 내겐 언제나 중국의 도시들이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되고 말이 안 통하면 안 하면 되지만 숨은 안 쉬고 싶어도 안 쉴 수 없고 눈은 감고 다닐 수 없으니 인간답게 하늘과 바람과 별을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살것인가. 중국은 정말 살고 싶지 않은 나라이며 우리나라도 중국과 같은 하늘 아래 놓인 똑같은 처지가 될 날이 머지않은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올 겨울 중국발 스모그, 황사 너무 무섭다. 집안에 처박혀 창문도 못 열고 사는 날들이 며칠이나 될지.. 지구를 반대로 돌릴 방법이 없다면 중국발 공기 테러를 피해 우리나라를 떠나든 그냥 먹고 죽자는 마음으로 살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중국이 경제 발전보다 환경을 지키는 게 인간다운 삶을 사는 길임을 먼저 자각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답은 하나다.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물질만 풍족한 돼지처럼 쇼핑몰에서 사육당하다 죽는 거 아닐까? 한국에 돌아와 주말 동안 아이들하고 갈 곳이 없어 쇼핑몰에 가려다 주차하려는 차들이 넘쳐나 포기하고 돌아왔다. 추워도 파란 겨울 하늘 보며 자연 속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살지 못하고 더러운 공기 피해 따뜻한 쇼핑몰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왠지 씁쓸하다. 물론 공기질 악화의 모든 탓을 중국에 돌릴 수는 없다. 우리도 이제 뭔가 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개인이 공기청정기를 하나 사는 거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가 아닌가?
대한민국 정부의 10부제, 2부제는 정말 미미한 공기정화 시늉이다. 뭘 좀 근본적인 처방을 생각해야지 않을까? 중국 위대한 나라여, 땅덩어리도 크고 인구도 많고 전 세계를 휘두르는 큰 나라인 만큼 당신이 달라져야 세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지구에 사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주길 간곡히 요청하며 짧은 나의 중국 출장기를 마친다. 중국, 변한 건 환경이며 변하지 않은 건 인간이다라는 소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