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예정일이 다가온다. 우리 집 막내견 달이 얘기다. 우리 집에 온 지 3년이 좀 넘었고 이제 4살 된 닥스훈트 암컷 달이는 아주 우연히 입양되었다. 동네 할머니 한분이 우리 집 '견빈' 수컷 닥스훈트 별이를 보고 "오매, 우리 집 개랑 똑같이 생겼네.." 하시며 암컷 개를 데리고 가서 키우려냐고 물으셨다. 나는 물론 고민을 했지만 새끼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암컷 달이는 설렘 그 자체였다. "엄마, 우리가 잘 보살펴서 예쁜 새끼 보면 좋잖아요.. 우리가 키워요.. 네???" 그땐 정말 그 바람이 현실이 될 줄 몰랐다. 그저 외로운 별이 짝을 찾아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달이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2016.3. 입양된 달과 별의 만남
하지만 처음 한두 달은 집안에 큰일을 본 뒤 바닥에 밞아서 뭉개 놓고 아무거나 물어 뜯어데고 굴러온 돌 주제에 별이를 어찌나 구박하는지 괜히 데리고 왔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시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달이를 너무 예뻐하는 두 아들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다행히 몇 달 지나니 조금씩 우리 집에 적응을 하고 별이랑도 그럭저럭 친해져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별이를 어찌나 단칼에 자르는지 늘 별이만 애를 태우고 지난 3년 동안 달이는 도도 까칠견 그 자체였다.
2016.6월 당시 1살 달이와 5살 별이 첫 가족여행
그러던 두 개가 3년 만에 교배에 성공했다. 두 달 전 얘기다. 현장을 목격한 우리는 당황했지만 어쩔 줄 몰라 일단 내버려 두고 네이버 지식을 검색했다. 분명히 자연교배에 성공했으니 60~65일 후면 새끼가 나온다는 거였다. 헉.. 두 달 만에 새끼를?? 우리 가족은 모두 당황했지만 예쁜 새끼를 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달이 배만 쳐다보며 한 달여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이 조금 지나니 배가 진짜 불러오는 게 아닌가?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배가 부풀더니 한 달 반이 되니 배가 바닥에 닿을 지경이다. 일단 50일경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새끼가 몇 마리인지 확인이 된다고 해서병원에 가보니 다섯마리가 꼬물거리고 있단다. 꺅!! 어떻게!! 진심 걱정반 기대반.. 어떻게 새끼를 낳을지 걱정과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사람이나 개나 암컷으로 태어나 새끼를 낳는 큰 일을 앞두고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기특하기도 하고 짠한 마음이 든다. 아들만 둘인 나는 모르지만 딸둔 부모가 딸 시집을 보내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앞두면 이런 마음일까? 비할바가 아니겠지.. 슬슬 걱정이 밀려온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새끼를 낳을 준비물을 챙기고 출산준비를 해야 한다. 별 달이 새끼 이름은 한 마리만 짓기로 했다. 이름을 지어주면 왠지 누군가에게 입양 보내기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우리가 키울 한 마리만 이름을 지어주고 나머지는 잘 보살피다 보내주자고 했다. 하지만 새끼를 떠나보낼 달이의 슬픔과 아이들의 눈물이 뻔히 보인다. 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내가?
Dear My Dog,
달아.. 힘내서 건강하게 예쁜 새끼 낳자.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옆에서 도와줄게. 예쁜 새끼 낳아서 잘 키우는 너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볼까 해.. 잘해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