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58

by 포근한 바람

그때는 그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던 이의 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지 못했다기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겠지. 그의 입원 기간 내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계신 동안엔 사는 쪽으로, 살리는 쪽으로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독이곤 하였어서.


그가 꿈 속에서 만난 이는, 여럿이었는데, 그에게 함께 가자며 가장 많이 등장한 이는 그러니까, 잘 키운 자식 중 하나가 의사가 되어서, 당신이 병에 걸렸을 때 그 자식이 일하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제대로 대우받아 그래도 어느 정도 생명을 연장하였다가, 그러나 결국 돌아가신, 그가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존경했던 친척 오라버니였다.


그 오라버니가 그렇게 같이 가자고 부른다고. 아직은 대화를 할 수 있을 무렵, 한 달도 못 채운 입원 기간의 중반 무렵에 그를 보러 가면 말하곤 했는데. 실은, 그래서 그가 사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인가 문득문득 떠올리긴 했었다.


외할머니가 삶에서 죽음 쪽으로 자신의 생의 방향을 정했을 무렵의 눈빛을 기억한다. 평생 초롱초롱 명료한 눈빛으로 살았던 할머니는, 두 번째 골절된 골반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요양병원에 계시게 되었다. 그와 이모들이 간병인과 함께 번갈아 간병을 하던 그 병원에 처음 병문안 갔을 때만 해도 정정한 목소리에 생생한 눈빛을 하고 계셨는데, 두 주 후 다시 문병 갔을 때엔 이미 생기라곤 하나도 없는 눈으로 무심히 이쪽을 바라보고 계셔서, 할머니, 돌아가시는구나, 생각했고, 할머니는 며칠 후 돌아가셨다.


그가 꿈 얘기를 반복할 때만 해도 통증이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일 게다 생각하며, 그에게 새로 집을 짓는 게 거의 명을 걸고 하는 일이라더라고. 엄마가 집을 다 지어서 명땜 하느라 이리 아픈 거라고 그렇게만 말을 하곤 했는데.


생각보다 자주 그의 꿈 속에 등장하던 그의 친척오라버니는, 그의 마지막 의식 속에도 있었을까. 호흡기 뒤 쪽의 그와 의사소통을 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던 그 마지막 날, 마지막 면회를, 설마 돌아가실 줄 모르고 그 친척오라버니의 아내에게 양보했던 그 날, 그 면회 몇 시간 후에, 그는 신체의 모든 기능을 멈추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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