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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민수 Sep 23. 2020

내 사진 찍기를 되돌아보기

카메라를 들고 세상 속에 혼자 서있기. 사진을 찍을 때 우리가 겪는 상황입니다. 촬영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사진 찍기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사진 찍기를 다르게 할 것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촬영 습관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진 찍을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할 수도 없으며, 사진 찍기는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처럼 몸으로 익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습관이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액정화면(뷰 파인더)을 바라보지 않고 사진 찍기와 찍은 사진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공통점을 찾아보기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노 파인더 사진 찍기’라 부릅니다. 카메라의 액정화면을 바라보지 않고 사진을 찍어 봅니다. 이렇게 하면 초점이 맞지 않고 심하게 흔들려 있거나, 사물의 일부가 잘리며 수평수직이 맞지 않은, 평소 같으면 잘못 찍혀 버려야겠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을 얻게 됩니다. 노 파인더로 찍은 사진이 이상해 보인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어떻게 찍힌 사진이 정상인지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몸으로 익혀 지키고 있던 규칙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정 시간 동안 찍은 사진을 한꺼번에 출력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36컷짜리 필름 한 통을, 인화지 한 장에 출력하는 밀착 인화와 비슷합니다. 30여 장의 사진을 A4 용지 한 장에 출력한 후, 비슷한 방법과 태도로 찍힌 사진들을 가위로 오려내 묶어 봅니다. 이렇게 하면 내가 즐겨 담는 촬영 대상들은 어떤 것인지, 대상만을 크게 부각해 찍는지 아니면 배경을 늘 함께 담는지, 감각적인 것을 위주로 포착하는지 사진 속에 항상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그동안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사용해 왔음을 알게 됩니다. 특정한 대상들이 사진 찍을 만하고, 대상에 따른 촬영 방법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유포시키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대중매체 사진과 각종 공모전 사진이 있습니다. 대중매체 사진은 현실의 모습 중 일부만을 선별해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바라보는 우월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공모전 수상작 사진들은 세상의 모습을 언제나 보기 좋게 포장해서 보여주며, 포장을 하는 방법 또한 제시합니다. 이러한 것을 따르는 동안 사진 속에서 내 개성은 사라지고, 심지어 직접 찍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찾을 수 있는 사진들을 재생산하게 됩니다.


한 장의 사진을 새롭게 찍으려면, 카메라를 잘 다루고 화면 구성을 보기 좋게 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사진이 찍히는 일정 기간의 행위를 새롭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내 사진 찍기를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은 새로운 사진을 찍게 합니다. 그러나 규칙이라 알려진 것을 따르지 않는, 차이 나는 사진 찍기를 하는 동안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 또한 길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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