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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an 20. 2021

[1464일]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내가 선물 줄게

- 딸아, 그런 말 하지 마렴~

선물을 많이 주는 아빠


나는 딸 서현이에게 선물을 자주 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뭐 엄청 거창한 것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과자를 사서 주기도 하고, 무언가를 접어서 주기도 한다. 때로는 학교에서 내 몫으로 받아온 것을 선물로 주기도 하고, 수업 준비하면서 미리 만들어본 것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풍선을 하나 불어주고 선물이라고 할 때도 있고 뽀뽀해 주면서 선물이라고 할 때도 있다.


이것들이 모두 선물이 되는 것은 단지 내가 서현이에게 선물이라면서 줬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별것 아니지만, 아빠가 서현이를 위해 준비했다고 하면서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건네주면 서현이의 표정에 행복함이 드러난다. 가끔은 선물이라고 주는 나 자신이 무안함을 느낄 정도로 좋아해 주는 서현이를 보면 참 기쁘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겠지.


가끔 아내가 "나도 줘"라고 하면 하나라도 빼앗길까 봐 모두 다 제 품에 안는 서현이의 모습은 나에게 끝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존재 자체가 선물


그런데 오늘은 내가 선물을 받았다. 사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함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서현이가 말한다.


"아빠!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내가 선물 줄게!"

"?"


아이가 어떤 선물을 주는지 궁금해 보았더니 내가 전에 접어 준 노란색 하트 모양과 자신이 파란색 색종이에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은 종이를 건네준다.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감사함을 표현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서현아, 너는 너 자체가 아빠에게 큰 선물이야. 서현이가 '좋은 선물이 아니지만~'이라고 이야기하면 아빠는 오히려 속상해. 네가 주는 모든 것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니까~. 알았지?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


서현이는 그 말을 듣고 무엇이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더니 내가 책 읽을 때 앉는 의자 밑에 숨는다. 그 행동조차도 사랑스러운 딸. 아빠를 생각해 주는 딸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지는 겨울날. 이렇게만 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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