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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Aug 27. 2016

15. 족구왕

20대의 리즈시절로 돌아가다


족구... 그리고 군대

대한민국 남자라면 몇명만빼고 가게되는 군대. 하지만 가기 싫은곳 군대. 인생중 2년이라는 세월이 청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런 기피증을 낳는것 같다.  그리고 철저하게 단절된 남성만의 남성중심의 세상.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샆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사회, 더우기 축구이야기는 더더욱.  어차피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즐겨야 한다는 명언을 지침삼아 군대를 즐기기로 결정한 우리 남성들. 그래서 축구, 족구, 농구 등 구기종목을 섭렵하기에 이르는데. 그것이 유일한 낙이니 당연히 축구이야기를 했건만, 사회에서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젤로 싫어한단다.  '너만 가는거 아니잖아 대한민국 남자라면 의무아냐?"라는 핀잔도 듣게 된다. 사실 군대라는 곳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유일하게 비슷한 곳은 '감옥'이 아닐까? 그러니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안다. 사회에 단절되어 같은 동성의 남성들만이 있는 세계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운 세계인지. 그러니 주변의 친구, 남편, 아는 남자가 군대이야기를 하면 어느정도는 들어주기를, -사실 우리는 심리상담이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상처를 받은 친구, 동생, 직장동료 등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그러니 그런 답답한 곳에서 2년이상의 세월을 보낸  불쌍한 청춘의 이야기를 꼭 들어주기를 바란다.


공무원 시험준비나 해!

이제 막 어쩔수없이(?) 전역한 만섭은 부푼기대를 안고 복학을 한다. 그 기대는 사회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도 아니고, 입대전 쌍권총(F학점 두개이상)의 성적표를 만회하려는 열공의 기대도 아닌, 다시 찾게된 대학의, 청춘의 당연한 의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런 만섭에게 허무하게 돌아오는 한마디는 "공무원 시험준비해" 다들 청춘이라는 맑은 날에 언제나 뜨거운 열기를 퍼붓는 태양처럼 혈기왕성한 나이에 안정된 미래를 위한 취업준비를 위한 공무원 시험준비라니. 만섭은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아니 나라도 억울해서 그렇게 못하겠다. 그가 원하는 것은 친구들과 족구하며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하고, 이쁜 여자친구와 함께 C•C의 스멜을 잔뜩 풍기며 그동안 못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래 나는 자격있어, 젊은 청춘을 뒤로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했으니 나는 그런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냉정해 취업문은 좁고, 인생의 시작을 대학등록금 대출로 빚을 안고 시작하는 불행한 청춘... 분명히 그들의 사회 초년생도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첫월급을 타고 부모님을 위해 속옷이나 내의, 요즘에는 현금으로 용돈을 드리는.... 그런 소망이 가득하것만... 정작 첫달 월급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인사치레는 대학등록금 대출 이자이다.  만섭도 예외는 아니였다.  지금은 조금 나아진 현실이지만, 대출이자를 밀린 만섭은 추가 대학등록금 대출을 받지 못해 학교 등록도 어려운 상태다.  우리네 젊은 청춘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문학을 꿈꾸고 학문을 닦고, 이상을 펼칠고 미래의 주역이 되는 대학은 취업율이 우선이다. 그게 대학 평가의 본질이다. 대학은 학생들을 모집해 등록금으로 수익사업을 하고 그 수익을 법인이 가져간다. 그리고 법인은 그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대학을 키운다. 정작 우리네 대학은 젊은 인재의 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 눈에보이는 건물로 대신한다.


그런 만섭에게 지금의 대학은 불만이다. 특히 입대전 복학한 선배들의 건강한 남성미를 느끼며 함성이 가득한 족구장은 폐쇄되었다.  만섭의 청춘을 만끽할 수 있는 탈출구는 족구. 족구이다.  그게 유일하게 답답한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이다. 진정한 청춘의, 만섭만의 청춘의 행위인 것이다. 사실 만섭은 미래에서 왔다. 그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 미래에 적당히 잘나가는 그런 사회인 이었다. 그런 그가 암에 걸려 인생을 마감할 상황에 놓인다. 근데 그는 너무나 억울하다. 젊은 시절, 특히 대학시절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연애한번 해보지 못하고 열공으로 지금의 현실을 살았다. 사회란 어느 세계 보다 치열한 약육강식의 무서운 곳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을 보냈으리라.  그런 그가 진짜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삶은 바로 청춘, 20대 리즈 시절이다. 누구라도 그러할거다. 그리고 그가 놀고싶어하던 족구, 사귀고 싶던 이쁜 여학생, 안나. 그는 영어수업에서 "백투어퓨처"라는 영화의 대사로 그녀에게 영어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아! 삶이 끝나는 그순간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시간으로 그때로 돌아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전 종영한 '미필적 고의'로 인한 인생사를 다룬 '또 오해영'에서도 에릭에게 나타나는 '기시감'이 바로 죽기전 너무나 아쉬워 해서 그 순간이 과거를 거슬러와 생전에 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인생을 바꾸게 한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 아쉬움이 육체든 영혼이든 과거로 갈 수 있을까?


대학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름 아쉬운 날이 진짜 많은 듯 하다.  물론 20대 전체를 포함해서 말이다. 사귀고 싶었던 동기들, 후배들, 여행, 동아리활동.. 내가 아쉬웠던 것들은 학비를 마련하느랴 입학 2학기부터 군대입대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것. 그래서 학교 동기들보다 알바를 통해 알게된 인근 대학 형들, 대학을 다니지 않는 누나들이 더 친했던 시절이었다. 예전에 선배들이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공부, 연애, 학교생활 이 세가지 중에 한가지에 미쳐있었다면 훌륭한 대학생활이라고. 나는 어느 것에도 미치지 못했다. 돈만 벌었구나. 아쉽다.



청춘 그리고 대학

최근 '범죄의 여왕'을 개봉한 '광화문 시네마'에서 제작한 이영화 '족구왕'은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지금 현재 우리의 청춘을 대변하는 단어는 "청년실업, 최저임금, 비정규직, 3포세대 등 등등

지금 현재 우리의 대학을 대변하는 단어는 "휴학, 졸업연기, 해외어학연수, 스펙, 토익, 대학등록금대출과 이자, 공무원 등 등 등

마땅히 누려야할 청춘이 어르신들의 노후생활만 못한 시대, 그러다 보니 봄처럼 싱그런 모습없이 축늘어진 것은 그들의 어깨가 대변한다.

마땅히 누려야할 대학의 낭만은 이제 없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더라도 마음의 위안을 찾고, 인간관계를 훈련할 시간이 없어, 그렇게 사회로 나간 물고기들은 힘들고 고단한 사회의 삶에 인생을 포기하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는 것은 어느 때에는 그저 어울리는 것만으로 좋은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의 인연은 모두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되고 나의 삶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안식처를 거치지 못하고 치열한 인생으로 하이패스로 통과하듯이 슈웅하고 지나가면 다시 돌아올 그 어디에도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그만 너무 힘들어 포기하게 될 것이다.


만섭은 그래서 그 시간을 달려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 미래로 돌아갔으니 이제 그의 삶은 아쉬움없는 마감을 할 것이다.  


당신은 지금 그런 시간으로 달려갈 그런 리즈 시절이 있는가?  만섭이 하늘을 날아올라 내리쏘는 '독수리 슛'과도 같은 그런 한방같이 시원하게 나를 반겨줄 사람과 돌아갈 시간이 있는가?



사무엘 울만의 "청춘" 중에서


청춘이란 마음가짐이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다.
장미빛 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굳은 의지, 넘치는 상상력, 불타는 정렬이다.
청춘은 인생이라는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한 삶을 뿌리치는 모험심.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젊다.
나이를 먹는다고 늙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잃어야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긋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간다.
걱정과, 두려움과, 자기 불신은 마음을 병들게하고 정신은 먼지가 된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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