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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Sep 11. 2016

17. 터널

꺼져 개@@들아


터널이 무너졌습니다.

터널이 무너졌습니다. 배가 뒤집혔습니다. 불이났습니다. 가스가 유출됐어요.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대형사고. 국가가 발전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거대시설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거대한 시설은 단순히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공간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그 시설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사람들의 재앙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시설들이 거대화 되면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의 재앙의 피해를 볼수 있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사회의 재앙은 메뉴얼의 문제, 안전불감증으로 이야기된다. 개인의 이익때문에, 누군가의 개입으로 제대로 지어지지 않고, 그것이 제대로 감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재앙의 시작이다. 그것은 타인의 재앙이 아닌 나의 재앙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나도 사람이고 나도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기에.


하도 터널이 무너졌다. 길고긴 거대한 터널이 무너지면서 정수는 그대로 차와함께 긴 터널의 어딘가에 갇혀 버렸다. 그 공간은 먼지로 가득차고, 어둠으로 가득차버렸다. 거대한 공간은 이제 내몸 하나 움직일 수 있는 아주 초라한 크기로 축소해 버렸다. 가족을 향해 달려가던 나의 기쁨, 계약을 위한 나의 들뜸도 무거운 돌덩어리로 모두 산산조각이 나거나 깔려 버렸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일을 위해 지겹게 사용하던 휴대폰 -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 딸의 생일을 위해 형식적으로 면피를 위해 산 생크림 케잌,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아 어쩔수 없이 3만원이 아닌 9만원이라는 비용을 치루고 채운 연료의 덤으로, 어르신의 미안한 마음으로 받은 생수 두병, 걸릴적 거리지만 귀찮아 손대지 못했던 트렁크의 물건들. 만 남아 버렸다.



자동차 판매 영업을 위해 지겹게 사용하던 휴대폰은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이 되는 귀중한 물건이 되었으며, 처음에는 무너진 터널안에서의 나의 존재를 알리고, 터널에 갇혀 죽어가는 또다른 동료의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하도록 해주었며, 마지막에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소중한 소지품이 되어버렸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꺼져가는 액정화면처럼, 나를 구하려는 마음도 동시에 꺼져버릴 것이다.


딸의 생일을 위해 구입한 생크림 케잌은 나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유일한 식량이 되었다.


주유소의 어르신이 건넨 두병의 생수는 나의 생명수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모두 극한 상황에서의 나를 지탱해줄 소중한 물품들이다. 휴대폰, 생크림 케잌, 생수두병.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그런 것들. 일상적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나의 존재를 알리고, 내가 여기서 살아나갈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가족. 그냥 나의 옆에 항상 있는 그런 존재인줄, 가끔은 그런 가족을 위해 일을한다는 것이 행복하지만, 부담도 되는 그런 가족들. 이제는 내가 살아돌아갈 당연한 이유가 되어 버렸다.


꺼져 개@@들아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무슨일이라도 할텐데. 나는 절박하다. 죽을 것 같다. 그런데 나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홀로 갇혀 생존할 기록을 갈아치울 존재로, 사람들이 관심거리로, 언론매체의 흥미진진한 먹이거리가 된 듯하다. 그리고 휴대폰 배터리가 꺼진 후에는 나는 죽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만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데..."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나를 죽었다고 믿는다. 진짜로 "내가 살아나가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는지. 세상사람들은 "터널안에 갇힌 나"라는 공통적인 주제, 공감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가져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나와 공감대를 가진 최반장과 구조대장은 나를 죽지 않고 살았다 믿으며,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 수많은 사람들중에 단 두명만이...  확률적으로 0.000001% 정도이다.


누군가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일이다. 같이 사는 가족마저도 힘든일이다. 터널에 갇힌 내목소리만 들은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공감대가 김대경 구조대장으로 하려금 소변을 먹도록 용기를 주었을 것이며, 가족 마저 포기한 상황에서 그 긴 터널로 일부로 들어갈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단순히 직업정신만으로 그런 일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다. 오히려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기자들, 남들에게 잘보이고 겉으로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정치인들의 직업정신은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우리는 최근 너무 아프고 힘든 사건들을 겪었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만, 너무나 큰 사건들이기에 우리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시리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감정과 인식은 너무나 짧은 유통기한으로 또다시 잊고 지낸다. 아니, 이제는 반대로 그 아픔을 겪은 당사자들에게 다시 몸쓸짓을 하고 있다. "꺼져, 개@@들아" 이렇게 통쾌하게 한마디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생존자 정수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소소한 행복, 단순한 일상, 항상 곁에 있는 가족들... 그것이 비로소 나이 행복이자 삶의 이유로 다가서다.

우리가 사는 일상은 그저 아무런 의미없이 흘러가고 흘러오고 살아가고 살아지고 있다가 없다가 하는 그런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면역된 삶은 그저 의미없이 살아가는 일상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쉰다. 그래야 살수 있으니깐. 중요한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사는 인생은 누구나 소중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비로서 그것과 멀어졌을때 다시는 단순한 나의 일상이 존재하지 못하거나, 못할 것으로 예정되었을때, 늦게 깨닫게 된다.



우리는 매일 그런 중요성을 TV나 매체나 주변경험등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인식하는 주기는 너무나 짧다. 그래서 우리는 많이 아주 많이 잊고지내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소중하다. 매순간순간마다, 내 주변이 모든것들도 소중하다. 물건이든 가족이든. 무엇보다 지금의 내삶은 바로 그것이, 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그러나 다시 잊을걸 알기에, 한번더 잊지말자. 그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준 영화 '터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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