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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May 12. 2017

사랑예찬

초단편소설 4.

유난히 어두운 밤하늘.


별도 없고 달도 숨은 그런날이었다.  그런밤이었다. 옥상옆 가로등 불빛을 등에 지고 간이 테이블에 맥주 몇캔과 안주를 놓고, 도란도란 웃음으로 서로 놀리고 칭찬하며, 친교를 나누는 직원들과의 자리는 어느때보다 유쾌했다.


"이제 막 시작한거에요? 긴머리를 가볍게 털며 가은이 옆자리로 앉는다.


"어서와 이제 시작인데 , 얘 있잖아 지난주에 클럽가서 차였데."


"누구?  김샘요?"


"클럽도 가고.  어...  휼륭해 훌륭해. 엄지척.  자신감을 가져.  언젠가 되겠지."


"언젠가요?  그언젠가가  언제인데요?"


"기다려봐."  털털한 성격의 가은이가 도신이를 들었다 놓는다


"샘!   주샘!  진짜..  소개나 시켜줘요. 나 외롭다고... "  도신이 장난삼아 징징거리며 가은을 보챈다.


"나 있잖아.  나."


"진짜요?  우리 오늘부터 1일이에요. 그럼."


"됐고."


"아이 뭐에요.  진짜 장난만 치고. 주샘 미워."


"하 하 하"  내가 큰소리로 웃는다.  언제봐도 참 유치한 동료들이다.


"나,  어깨 좀 빌려도 되죠."  하며 가은은 내 윈쪽 어깨를 툭툭 털어내고 긴머리카락을 뒤로 쓸어올리며,  내 어께에 기댄다.

 

다들 '뭐하는거야.  둘이 지금 사귀어요?  사겨?'  하며 떼로 항의를 한다


나는 능청스럽게 동료들을 바라보며, '그림좋지?  하 하'  라고 그들을 도발하고, 가은은 한술더 떠 '아,  좋다' 라고 받아친다. 도신은 그럴줄알았다며 '에이'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삐졌어?'  하고 가은이 걱정스럽게 도신을 보고 묻자, 도신은 '담배피러가요.  속달래러' 라며 되받아친다. '같이가'  하며 나도 일어나자 '됐어요.'  라고 장난스럽게 약올리는 도신.


'좋다.  재밌다.'  하며 담배 한모금을 들이키고 뱉는다  


"언제나 즐거워요.  우리끼리 놀러오면."


"그치 일년에 한번이라,  더 그런것 같아요."


"자주 그런 기회가 없으니, 더 좋은거지 뭐. 수고했어. 준비하느라."


"아니에요. .좋잖아요.  직원들끼리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 그걸로 만족해요.. 과장님이 많이 도와줘서 재밌게 준비했어요."


"내가 뭘."


"참,  그런데 주샘하고는..."


"아냐... 가은이가 원래 성격이 좋잖아.  털털하고 친근감있게 대하고 밝고 이쁘고.."


"다 인정하는데 이쁘게는 뭐에요? 사심 가득한데.."


"아....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왔다. 그거죠?"


"으이구.. 하 하 하"


"올라가자.  기다리겠다."


"그래요."


나머지 담배 한모금을 후하고 불며,  왁자지껄 큰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장소로 향한다. 그런가? 내 속마음이. 이쁘다. 이쁘다. 그건가?  


자꾸 헷갈리게 만드는 가은.


성격이 너무 좋아,  어느 직원하나도 그녀에게 나쁜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장난도 치고 농담도 던지고, 특히 남자 직원들에게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직급에서 차이는 났지만, 나도 친구처럼 어울리고 싶은 그녀였다. 배려심도 많아 항상 그녀는 '도와줄까?'라는 말을 달고 다녔고, 그런 그녀의 영향으로 우리 직원들은 누가 행사를 준비할라치면 당연히 의례껏 '도와줄까?'라는 말을 했다. 보기 좋고, 사이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회사내에서도 우리 팀분위기가 제일 좋았다. 다,  그녀 덕이었다.


다시 모인장소로 올라오니,  역시 가은이 직원들을 놀리며 '깔 깔 깔'  웃고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뭐야?  나 없으니 더 재밌네?"


"네.  과장님 없으니 더 재밌어요."  참 그녀는 나도 들었다 놨다 한다.


"나,  삐친다."


"삐져라.  삐져라..." 직원들은 모두 나를 놀리는데 합심이다.


"으이그"


"으이그"  직원들이 따라한다.


"어 어"


"어 어" 또,  따라한다


"진짜?"


"진짜?" 또,  또,  따라한다.


"그만해."


"그만해."  이번에는 도신만 따라한다.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다들 '깔 깔 깔' 거리고 난리다. 그때 펜션 주인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조금 조용히 해달라 한다. 우리는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킥킥킥 소리를 죽여 웃었다.  



맥주 한잔을 서로 기울이며 힘들었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공감하고,

 

재밌었던 일들에는 '맞아,  맞아' 를 연달아 반복하며, 박수를 치며 공감한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와,  마당 벤치에 앉아 담배 한 개피를 물었다. 두어모금 빨아 하늘을 보며, 구름을 벗어난 달과 별들을 보며 담배연기를 '후' 하고 하늘로 보내 본다. '사각,  사각'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내려 옆을 보니,  가은이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윈손을 대고 앉으며, '끊으세요. 건강에도 안좋은걸.'하며 핀잔을 준다.  나는 담배를 바닥에 놓고,  발로 살짝 밟아 끄며 '어 왜 왔어? 다들 들어갔어?'라고 묻는다.


"도신샘이랑 김샘은 들어가고, 혜지랑 공샘은 아직도 한잔하고 있어요. 둘은 말술이라 맥주가 바닥나도 취하지도 않을걸요."


"그래 둘은 술 참 잘먹어."


"뭐했어요?"


"별 봐."


"어,  별 나왔네. 아까는 까맣더니. 참 오랜만이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게"


"집에서 자주 봤잖아."


"산골짜기라고 놀리는 거죠. 우리집."


"거기가 산골짜기인가? 아 그렇구나. 거기도 산이 참 깊더라. 지나다보니."


"어 우리동네 와본적 있어요?"


"가끔 혼자 드라이브할때 자주가. 거기 좋더라고. 차도 별로 없고. 강도 있고, 다리도 있고, 그리고 거기 작은 역도 있던데."


"맞아요. 평상시에는 잘 안서는데. 여름철 휴가때는 놀러오는 사람들때문에 자주 서죠."


"와봤구나. 우리동네."하며 그녀가 뿌듯한듯 웃는다.


"그런데서 자라서 그런가?"


"뭐가요? 저요?"


"어. 가은이는 거기 공기만큼 참 맑은것 같아."


"어... 사람볼줄 아시는데...킥킥."


"요즘엔 혼자지내다 보니 가끔 우울해. 그래서 꽃이 좋아. 밝고 맑고, 이쁘고. 양귀비꽃은 색깔도 이쁜데 꽃잎이 밝아서 더 좋아. 그런 밝은 사람 보면 좋고. 가은이 처럼."


"우울할때 밝은게 최고죠. 기분도 풀어지고, 눈도 밝아지고. 자주봐요. 내얼굴."하며 자기 얼굴을 내앞에 잔뜩 내민다.


"으이구, 장난은. 하 하 하"


"근데 나 자꾸 헷갈린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머리속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데. 불쑥하고 나와버렸다.


"뭐가요? 뭐가 헷갈려요."


"음... 아니다."이내 머릿속에서 제어하듯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뭐가 헷갈리는데요?" 다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자꾸 말이 나온다. 어디서 나오는 말인지. 자꾸 말이 나온다. 마음속인것 같다. 술에 취했는지, 제어가 되지않는 마음에서 자꾸 말이 나오려 한다.


"뭐가 헷갈리는데요?"


"밝고 맑고 이쁜다. 자꾸 이성으로 느껴져. 그게 헷갈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이제 제어가 되듯 나도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


"양귀비꽃이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한번보고. "응"이라고 말해버렸다.


"에? 내가 아니고 양귀비꽃이?" 그녀가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양귀비꿏이..... 아니라 네가." 뭔가 또 하얗게 변해버리는 머릿속. 에라 모르겠다. '마음아 네 맘대로 해라.'하며 이제 포기해 버린다. 머리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뚫어져라 나를 쳐다본다.

 

"헷갈리는 거에요. 좋아하는 거에요?" 사뭇 진지한 그녀의 얼굴.


"헷갈리는데 좋아해.. 언제부턴가. 언제인지 나도 모르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양발끝을 응시하더니 손을 모아 무릎위에 놓고 망설인다.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속으로 '아... 아닌가... 이건 아닌가...'하다. '에라 모르겠다.'로 결론을 내었다.


"사실..." 한참을 바닥을 바라보며, 발끝으로 잔디풀을 만지작거리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그래요."


"어... 뭐가.... 그래?"


"사실 나도 그렇다고요."


나와 그녀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아무런 말없이 눈만 껌벅인다. 그리고 조금전 처럼 긴머리를 쓸어 올리고 나의 윈쪽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녀를 바라고보고 있다 그녀가 쓸어올리는 머리카락에 얼굴을 맞았다. 상긋한 샴푸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나의 얼굴로 번진다.


"좋다" 그녀가 말했다.


"나도 좋다"내가 대답했다.


"별들이 있어서 더 좋다."


"저 별들중에 하나정도는 떨어져도 괜찮겠지?"


"잘 모르겠죠? 너무 많아서."


"그래. 별하나가 떨어져서 내옆에 앉아 있어도 괜찮겠지?" 그녀가 갑자기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열손가락을 굽어보이며. 어깨를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한다.


"오글거려?"


그녀는 말로 하지 않고 심하게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어 긍정의 답을 한다.


"우리 그렇게 계속 오글거리며 사귀어 보자."


그녀가 웃는다. 평상시에도 살짝 웃는 눈 웃음이 보기 좋았는데. 오늘은 더 좋다. 내 여자의 웃음이라 더 좋다. 나의 그녀의 눈웃음이라 더 좋다. 다시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가 말한다.


"기억해요. 우리 오늘부터 1일이에요."


"응 오늘부터 1일. 2017년 7월 15일. 1일."


"근데 나 자신없어요."


"뭐가, 내가?"


"아니, 사내연애. 눈치보면서 사귀는 것도 싫고.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어쩌까? 내가 내일 사표쓸까?"


"킥 킥 킥" 그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약간은 마른 그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오글거려. 킥 킥 킥"


"시간을 좀 줘요. 내가 다른 곳을 알아볼게요."


"근데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열심히 다닌 회사인데. 나때문에...그냥 내가..."


"안돼요. 나보다 월급 훨, 많잖아요. 나 갖고 싶은거 사줄라면 과장님 월급정도는 돼야해요."


"아깝잖아. 오래 일할 수 있을 직장인데."


"아니오. 결혼하면 그만둘려고 했어요. 난 꿈이 현모양처닌까."


"그래. 그럼 우리 결혼할까?"


"킥 킥 킥. 오글거려요. 진짜...  이러다 연탄불위에 오징어 되겠네. 어쪄면 좋아. 킥 킥 킥." 그녀의 어깨가 심하게 요동친다.


"연탄불위에 오징어는 언제적 래퍼토리야. 내가 여섯살 더 많은데... 나이 속인거 아냐?"


"그러닌까 결혼 이야기는.... 좀 오버잖아요."


나는 슬며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의 손에 끼어준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손을 들어 얼굴에 가져간다.


"뭐에요? 이거..."


"반지..."

"그러닌까 무슨 반지냐구요?"


"나 군대갈때 엄마가 해준 반지."


"근데 이걸 왜 가지고 왔어요.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고..."


"아니 사실 나 준비했다. 오늘 좋은 시간에 한번 용기내 볼려고. 그동안 너무 좋아서. 참기 힘들었거든. 헷갈리기도 했고. 걱정되 많이 했고. 안되면 어떡하나? 계속 같이 회사를 다닐수 있을까? 계속 그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안되더라도 가은이 성격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겠지라고, 속으로 위안도 해보고,. 근데 자신이 없더라고. 안돼서 그 웃음을 보지 않을 자신이... 그래서 반은 포기했는데..."


그녀가 살포시 나의 가슴을 때린다.


"참... 바보에요? 내가 그동안 계속 신호를 줬는데... 오늘 과장님이 말 안했으면, 내가 고백할라고 했는데... 하도 답답해서... "


"나도 알았는데... 너무 헷갈리고... 맨날 50%이상만 되면 고백한다. 80%이상이 되면 고백한다.  100%가 되면 고백한다. 마음에 마음을 먹어도 자신이 없었어. 그 웃음을 보지 못할까봐. 근데 아까 어깨에 기댈때 120%가 되더라고. 그래서 마음 먹었어. 그런데 그래도 떨리더라. 술을 먹은게 잘한것 같아. 오늘이 너무 좋은 날이것 같아. 저 하늘에 별들이 다시 나와준것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이자리에 나를 찾아와준 가은이 너무 고맙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오래전부터 그래왔고, 언제까지나 오해 함께하고 싶다."


"바보, 바보과장님, 바보오빠."


"과장님보다는 오빠가 좋다."


"그래 오빠가 좋네요. 과장님."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다. 너무 웃은 탓인지, 술때문인지, 별들이 손이 닿을만큼 땅으로 가까이 내려와 그녀의 주변이 반짝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녀도 별이 된것 같았다.  저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있으니 하나 정도는 내품에 안겨도 좋겠다. 그래도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아무문제없이 반짝일테니. 그리고 그 별이 나에게 안겼다. 그녀가 내품에 안겼다. 깊어가는 여름밤에 휙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었지만,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 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의 콧긑에 머물다 흘러내린다. 그녀의 샴푸 내음이 내 얼굴을 적신다.  


멀리서 아직도 술을 바닥내고 있던 주당들이 우리를 보고 부른다. 우리는 손을 잡고 그들에게로 간다. 그들은 우리가 잡은 손을보고 놀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나 오늘부터 이 오빠랑 1일이다. 우리 사귀어."라고 말하자 토끼처럼 놀란 눈을 한다. 공샘은 허둥지둥 먼저 들어간 도신이랑 김샘을 깨우러 들어가고 헤지는 연실 '정말, 정말, 정말'을 내뱉고는 '대박, 대박, 대박'을 또 연실 내뱉는다. 정말 놀랐나보다. 그러자 그녀가 "더 놀라게 해줄까?"하며 두손으로 나의 볼을 잡고 나의 입술에 키스한다. 혜지는 '어머, 어머머'하며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잠에서 깬 도신은 손을 티셔츠안에 넣고 벅벅 몸을 긁으며 부시시한 머리와 얼굴로 나오다 우리 둘의 키스장면에 화들짝놀라 마루틈에 발이 걸려 우당탕탕 앞으로 고꾸라 지며, '뭐야, 뭐야, 뭐야'를 연실 내뱉는다.

그녀의 키스가 끝나자, 이번에 내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뒤로 살짝 그녀를 굽히며 살며시 키스한다.  여기저기서 '대박, 뭐야, 와'하는 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들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 허, 허' 헛웃음을 웃는다. 그저 그녀와 나 둘만이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지긋한 눈웃음만을 느낄뿐이었다. 다시 모인 우리는 조금전에 있었던일, 오래전 부터 느낀 서로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들은 무슨 청문회인냥 서로 질문을 하고, 우리는 답하기 바빴다. 그들은 '그래서, 그랬는데, 그래서'를 연실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건배제의, 팬션 사장님의 성화를 들었다.


휴일이 지나고, 출근한 회사.


여기 저기서 우리소식을 들은 다른 부서 팀원들이 다시 모여들고 묻고 또 묻고 또 묻고를 반복하였다. 차라리 휴가를 내고 싶었다. 아니, 얼굴의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팀장 눈치를 보느라 얼굴의 안면근육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장실로 들어가 사표를 냈다.


그녀의 사직서를 보고 사장은 사직서 한번, 그녀 얼굴한번, 사직서 한번, 그녀 얼굴 한번을 번갈아 보며 야릇하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사직서, 홍보디자이너 팀 주가은, 상기인은 동일부서 이주상과장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어 사내에서 눈치를 보며 불편한 연애를 하기 어려워 당당하게 연애를 시작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2017년 7월 18일, 주가은, 사인"


"아니... 그...참...아니... 사직서가...이런 사직서는... 내참...어이가 없네... 사직서가 이게... 처음이라.. 참.."사장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골몰히 생각하다 이렇게 이야기 했다 한다.


"사직서는 받겠는데... 빈 자리를 채울려면 한달정도 걸리니깐... 한달만 사내연애해.  당당하게..."라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당당하게 한달 사내연애를 허가받고 나름의 애정행각을 벌이며, 회사 분위기를 달달하게, 오글거리게 만들었다. 모두들 우리를 보면 '오글거려, 그만해, 연탄불위에 오징어 같아.'라며 핀잔을 주고 놀리기도 했다.  아침이면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출근. 저녁이면 다정하게 오글거리며 퇴근.  그녀의 출근 마지막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 나가고, 나 회사다니는 거... 괜찮겠지? 무사히 다닐 수 있겠지?" 그녀는 내 어깨를 툭 툭 치며 "괞찮아. 힘내. 용기를 가져"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랑은 좋다. 사랑은 시작하면서 이별을 동시에 갖는다. 어차피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음을 동시에 갖고 태어나지 않는가? 거기에 비하면 이별이란 비할데 없는 하찮은 것. 그래서 이별이 두려워도 사랑을 한다. 무엇이 두려우랴. 이제 그녀의 눈웃음은 나만의 것이다. 사랑이여 영원하라. 난 오늘도 사랑하러 간다.



사랑의 물리학  - 김인욱 님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 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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