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책
이 책은 우연히 선물같이 찾아온 책입니다.
인연도 없던 사람과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작은 이벤트를 통해 얻은 선물 같은 책.
하지만 책장을 열자마자 망설였습니다. 읽어도 될까? 읽어도 될까!
타인의 고통으로 나는 괜찮구나. 나는 살만하구나 하고 위로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책을 열었다 덮었다 하며 천천히 읽었던 한 말씀만 하소서.
버스에 앉아 읽다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음을 삼켰던 이 책은.
다섯 명의 자식 중 한 아이를 먼저 보낸 후에 겪었던 극한 상황을 통곡 대신 일기로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타인의 아픔으로 삶을 위로받는 그냥 그런 놈이구나.
타인의 아픔보다는 지금의 내가 더 중요한 그저 그런 놈이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박완서 작가님을 광모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쩜 이리 솔직할 수 있을까?
자식 잃은 슬픔에 감히 무엇도 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도 본인의 마음을 다스리고 흔들리며 기록할 수 있을까?
살아 있기에 올림픽을 웃으면서 보고 있는 딸네들을 보는 섭섭함과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그 속내.
차라리 딸 중에 한 명이었다면 어땠을까 섬뜩한 생각들.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의 남색 프레스토를 기다리며, 저 길만 꺾으면 돌아올 것 같은데.
밥 한 톨 넘기지 못하고 게워내며 술로 위로했던 나날들.
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며 원망하고 부정했던 시간들.
자신의 아이가 죽었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내가 만약 독재자라면 1년 내내 아무도 웃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신을 향해 원망을 하고 신은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혹시 신이 있어 자신 곁에 또 누군가를 데려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다시 기도를 올리는 마음.
너무도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기록해서 더욱 놀라웠던 이야기들.
'죽음'이란 수없이 경험해도 익숙지 않은 일인데 자식 잃은 슬픔을 감히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눈물 나게 슬프지만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닐까.
타인의 슬픔에 희망이라니 나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