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가 바뀔 때 한 번 가르친 학생들은 되도록 맡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같은 학생들을 연속해서 가르쳐 보니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학생이 장기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2년 연속 같은 학생들을 전담으로 만나보니 특히 변화가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5학년 때 실험관찰로 수업 피드백을 해 보면 이 학생의 경우 책이 비어 있거나 책 자체가 준비되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특별히 방해 행동을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도 성취도는 중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6학년부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실험관찰을 확인할 때마다 작성 상태가 좋아지고 답안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6학년 과학과 영어 두 과목을 함께 담당하게 된 2학기에는 영어 공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학생은 교육과정 내용을 충분히 정복하면서 전진하고 있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특히 괄목할 만한 부분은 이 학생이 매 수업 시간마다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업에 방해된다는 생각에서인지 학생의 질문은 수업 직후에 개인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질문 내용은 수업 내용에서 모호한 부분, 수업 중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부분 등으로 다양하면서도 실질적이고 스스럼이 없었습니다.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은 즉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보였습니다. 5학년 때의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수행평가 결과를 집계해 보니 두 과목 모두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졸업을 앞둔 금요일, 궁금한 마음에 저는 학생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아래는 학생의 동의 하에 인터뷰 내용을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Q: 작년에 비해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어요. 실험관찰에 쓴 답안만 봐도 변화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A: 네^^ 성실하게 공부하고 칭찬받는 친구들을 보니 승부욕이 생겼어요. 칭찬받고 싶기도 했고요. 또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채워서 집에서 복습하면 뿌듯해서요.
Q: 수업한 내용을 집에서 직접 복습했단 말이지요? 이건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데요 ^^ 언제 어떻게 복습을 했나요?
A: 자기 전에 책가방 쌀 때 했어요. 이해가 좀 떨어졌다 싶은 것 위주로요. 교과서 펴 보고 빈칸에 내용도 보충하고 했어요. 부족한 것을 위주로 복습했어요. 잘 모를 때 공부 내용 영상 ( 학습 자료로 학교에서 제시한 영상 및 수업 관련 유튜브 영상 )을 보고 깨달을 때도 많았어요.
Q: 선생님은 공부하는 모습을 두 과목만 보았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공부했다면 분명히 다른 과목도 성적이 향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A: 네 맞아요. ^^
Q: 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작년에 비해 올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작년에는 수학학원만 다녔었고요, 올해에는 영어도 함께 다니고 있어요. 수학은 예습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었어요. 영어는 너무 몰랐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길에 있는 간판 내용 같은 것도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Q: 효과가 나는 공부를 직접 실천한 셈인데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A: 내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해되도록 노력해야 해요.
학생은 어떤 계기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졌고, 그 수단으로 학교 수업을 복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6학년이 되면서 영어학원이 추가되었지만 제가 관찰을 통해 변화를 포착한 과목은 '과학'이었고, 영어의 경우 담당한 기간이 한 학기로 짧았기 때문에 학원 요인에 의한 영어 실력 향상 여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학생의 공부에서 작년과 달라진 중요한 차이점은 이 학생은 2021년도 1년 동안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들었다는 점입니다. 화상 수업 중에도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의 임장 하에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수업 준비물이 빠짐없이 준비될 수 있었고, 좋은 수업태도를 유지하기에도 이전 해에 비해 유리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학교 공부를 향상하는 데는 학생 자신이 주도하는 복습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었던 이 학생이 사용한 방법은 배운 교과서를 다시 읽고 부족한 답안을 보충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을 들었지만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수업 영상을 다시 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해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이 기준에 따라 자기 공부를 돌아보고 보충하는 일상의 활동은 이해도에 변화를 가져왔고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너무 막연하고 엄청나다는 마음에 선뜻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 학생의 사례를 참고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배운 내용 한 가지를 돌아보고 챙기는 작은 일이 모이면 큰 변화도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