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다수의 법칙인 것에도 이견이 없고, 이 유행들 중에 상당수가 바보들의 합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바보들의 합의인지 아닌지 분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때, 혹 어떤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 빌딩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팔로워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요즘은 디스코드, 슬랙 등에서의 활동도 중요하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유행의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 유망한 주식이라고 어떤 '전문가'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너도나도 그 주식을 산다. 그리고 주식 가격이 급락한다.
- 주변 사람들이 다 가본 식당이라고 해서 가봤지만 별로 맛이 없다. 왜 유명한지 잘 이해가 안된다.
- 친구들이 너도나도 몰리는 크립토 코인 프로젝트에 투자했지만, 프로젝트가 망했다.
- 비타민제를 사는데 비싸지만 광고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먹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다른 경쟁 제품이 광고는 안하지만 성분함량도 더좋고 가격도 훨씬 더 저렴하다.
군중심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것은 큰 위안이자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영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여기서 물건을 사면서 가장 많이 보게되는 것은 이 물건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샀으며, 얼마나 많은 리뷰가 달려있냐는 것이다. 얼마전에 진공청소기 하나를 사는데, A 제품은 제품 출시년도가 2010년인데 리뷰가 35,000개가 달려있고, 평점이 5점만점에 4.1이다. B 제품은 출시년도가 2020년인데 리뷰가 500개 정도 달려있고, 평점이 4.3이다. 당신은 어떤 제품을 선택하겠는가. 출시년도에 있어서 10년 정도의 차이가 나고, 그 10년 사이에 더 좋은 기술들이 개발되어서 적용이 되었을텐데도, B 제품을 선택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35,000명과 500명의 차이 때문이다. 이런 다수의 법칙이 가져오는 힘은 중력과 같다.
이런 상황속에서 좋은 선택들을 해나가는데는 '독학력'이 중요하다. '독학력'은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차갑게 하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고 했지만, 나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 둘다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가 선택했다는 이유에 휩쓸리지 않고, 선택 옵션들을 차갑게 분석하고, 차갑게 선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혜자'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 세상 대부분의 게임은 '바보'와 '지혜자'의 게임이 아니라 '바보'와 '덜 바보'의 게임일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