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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Apr 27. 2021

요가와 삶

마이 요가 라이프

결혼을 함과 동시에 서울로 근무지 변경을 하면서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이 회사 근처에 갈 만한 좋은 요가원을 찾는 것이었다. 시골 사람이 ‘In 서울’ 했으니 유명한 요가원을 가보고 싶었다. 마침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꽤 유명한 요가원이 있어서 일년 이상 꾸준히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역시 서울은 다르더군. 뭔가 더 세련되고 다양한 스타일의 수업이 있었고.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강사가 수업을 지도해 주고, 일반 회원들도 알록달록 예쁜 요가복에 개인 매트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는 천안에서 티셔츠에 펑퍼짐한 추리닝 바지를 입었고 개인 매트도 없었다. 서울에서 요가의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요가 수련을 하다 보니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 요가 수업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번은 중국 출장 중 사내에서 하는 요가 수업에 며칠 동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현지 직원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아 본의 아니게 1대 1 수업을 하게 됐다. 강사와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소통하며 수업을 했던 재미있는 경험도 했다. 미국 출장 중에도 점심 시간에 열리는 사내 요가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괜찮은 요가원을 소개받아 방문하면서 다양한 요가 선생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어느새 요가 매트는 내가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반드시 챙겨가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생활 최초로 업무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련이 닥쳐왔다. 쉽게 해결되지 않고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들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는데 그때 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정말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내 몸에 암 덩어리가 들어차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직장생활의 쓴 맛이 처음이어서 그때는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열이 계속 위로 오르고 답답한 심정으로 가슴은 꽉 막혀가고 장기들은 굳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몸 속에 왠지 검은 암세포가 점점 자라나는 것만 같았다. 


한근태 작가의 책 ‘몸이 먼저다’에서 건강관리에 있어 최악은 열을 받는 것인데 자주 열을 받으면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수명이 단축된다는 내용이 있다. 열을 내려야 하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한다. 물을 위로 올려 열을 식힌다는 뜻이다. 만병의 원인 스트레스 역시 수승화강이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데, 위는 뜨겁고 아래는 차가우면 머리엔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몸은 가만히 두고 쓸데없는 생각을 자꾸 하면 그 생각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나중엔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의 노예가 되고 점차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지게 된다. 당시 나는 잠시라도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더욱 필사적으로 요가를 했다. 그게 아니면 숨 쉬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아마 요가가 없었다면 그 극한 상황을 이겨 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상황은 해결됐고 나는 점차 요가에 심취해 갔다.


한동안 사내 요가 수업을 진행했는데 한 직원이 자신은 매번 3개월만 등록하고 그것도 다 못 채우기를 반복했는데 내가 10년 넘게 꾸준히 해왔다는 말에 자극이 되어 요가원에 등록하고 앞으로 꾸준히 하겠다는 했다는 다짐을 한 적도 있다. 점차 사내에 요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10명 이상이 나와 같은 요가원에 등록하거나 각자 취향에 맞는 운동을 찾아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정기적으로 함께 여행을 가는 지인들이 있는데 이제 요가매트는 모두의 여행 필수 아이템이 되어 잠깐이라도 요가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 밖에 모르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요가 하는 직장인이라서 내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작은 계기들이 있다. 그것은 새벽 이슬처럼 왔다가 금세 날아갈 수도 있지만 그 기회를 알아채고 붙잡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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