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가 그린 나와 내가 아는 나

by 서빈

요가 지도자 과정 교육이 어느덧 11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주는 예정대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하프 시리즈인 나바아사나(navasana, 보트 자세)까지 중간 테스트를 봤다. 학생들이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하면, 원장님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교정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나는 웃티타 트리코나아사나(utthita trikonasana, 뻗은 삼각 자세)를 할 때 두 다리 간격이 넓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가 벌린 간격은 아헹가 요가를 할 때 적당하다며, 다리 간격을 조금 좁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요가는 그 종류에 따라 정자세와 드리시티(drishti, 한 점 응시), 호흡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각 자세마다 드리시티가 정해져 있는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와는 달리 하타 요가는 자신의 내면이 드리시티다. 그래서 하타 요가는 주로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며 수련한다. 호흡법과 자세 유지 시간 또한 다르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호흡을 할 때 반다(bandha, ‘잠금’을 의미), 특히 복부 반다인 욷디아나 반다(uddiyana bandha, 횡경막을 흉부까지 들어올리고, 복부 기관을 척추 쪽으로 끌어당기는 자세)를 최대한 활용하는 우자이 호흡을 하고, 일련의 동작이 빠르게 흘러간다. 반면에 하타 요가는 억지로 호흡을 제어하기 보단 평상시 호흡 그대로 한 자세를 긴 시간 동안 유지한다.


인도 아그라의 궁전 형식 묘지 'Taj Mahal'


어떤 요가가 맞는지 정답은 없다. 수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같지만, 그로 가는 과정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때문에 자신이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요가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나는 현재 주 6회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하며, 주 1~2회 하타 요가를 병행하고 있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를 하며 놓치는 부분들을 하타 요가가 보완해주는 느낌이라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특히, 하타 요가는 자세 유지 시간이 꽤 길어 동작 중에 바로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진다. 멋들어지게(?) 썼지만, 사실 내가 주로 느끼는 건 온 몸에 쥐가 나는 통증에 가깝다. 어깨나 골반 등 매 수업시간마다 목표 지점이 정해져 있어, 수련이 끝나면 그 부위가 말 그대로 탈탈 털리는 느낌이지만 그 사이로 뭔가 가득 채워진 기분 또한 든다.



다시 중간 테스트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나는 전반적으로 동작을 할 때 팔 사이 간격 또한 넓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 딴엔 점프 백(jump back)과 점프 스루(jump through)를 좀 더 쉽게(?) 하기위해 고안해낸 고육지책이었는데, 그 간격이 다소 넓었던 것이다. 사실 이날 밤, 나는 지적 사항 그 자체보단 지적을 받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다 맞는 말인데, ‘왜 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까’에 대해서. 일기장에 그 생각들을 꾹꾹 눌러 써보니, 이는 요즘 나의 상태와 관련 있었다. 정성들인 대본이 거절당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누군가 나에 대해 지적하는 것 자체에 평소보다 예민해졌다. 예전의 나라면 그냥 넘기던 것을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 일 또한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인도 아그라의 궁전 형식 묘지 'Taj Mahal'


원인을 알았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정답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단 생각이 점점 강해지니, 요가 수련도 글쓰기도 마음이 잡히지 않는 한 주였다. 마음이 무너지니 몸도 따라주지 않아 수련 중에 울컥 눈물이 나올 뻔했다. 두 팔, 두 다리의 간격뿐만 아니라 ‘내가 (마음속으로) 그린 나’와 ‘내가 아는 나’의 간격 또한 현재 꽤 멀어졌다. 이 둘이 줄다리기를 하듯 겨루는 게 인생이며, 그 사이를 좁혀가는 것이 일생의 과제다. 간격을 좁혀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음속으로 그리는 나를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거나, 지금의 나를 잘 다독여 다시금 내가 그린 지점까지 가보는 것. 나는 늘 후자를 택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드랍백(drop back, 후굴 내려가기)을 연습할 때가 떠오른다. 후굴을 하다가 무서워 다시금 올라오려 할 때, 선생님은 “그냥 머리 한번 쾅 부딪히면 된다.”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하긴, 매일하는 차투랑가 단다아사나(chaturanga dandasana, 몸을 막대기처럼 팽팽히 펼친 상태로 바닥과 평형이 되게 유지하며 납작 엎드린 자세)가 몇 갠데 설마 팔이 그렇게 쉽게 부러지겠나. 두려워 말자. 다만, 늘 더 나은 실패를 하자. 그렇게 간격을 조금씩 좁혀 가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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