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사바아사나(savasana)로 가는 길

by 서빈

지난주는 이론 수업 없이 4시간 내내 아사나(asana, 요가 자세) 교육이 진행됐다. 체력 비축(?)을 위해 새벽 아쉬탕가 레드(led) 수련은 건너뛰었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마 교육 시작 이래 가장 힘든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1교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교육부터, 드랍백(drop back, 후굴 내려가기)과 컴업(come up, 후굴 올라오기)을 연습했다. 나는 현재 컴업을 할 때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컴업을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후굴로 올라올 때 필요한 하체 힘 자체가 부족하고, 그 힘의 방향성 또한 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명확히 알기 때문인지,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언제가 되겠지 싶고 그래선지 두려움도 크지 않다. 물론, 이 안정된 마음의 저변엔 매번 내 앞에 서서 허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마스떼.)



반면에 드랍백은 혼자 할 수 있음에도, 할 때마다 매번 무섭다. 드랍백 자세는 무릎을 곧게 편 상태로 매트를 보며 상체를 천천히 후굴하고, 갈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다가 무릎을 굽히고 팔을 쭉 펴 손바닥을 땅에 디디면 된다. 설명은 매우 간략하게(?) 썼지만, 손바닥을 매트에 디디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자세다. 처음 드랍백을 연습했을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호흡 상태로 내려가 올라올 때마다 매번 메스꺼움을 동반한 어지럼증이 왔다. 요즘은 다행히도 큰 이상 증세(?) 없이 용기 내 땅을 디디긴 하지만, 아직까진 손바닥과 매트 사이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허공에서 그 생각이 크게 자리 잡은 날이면, 내려 올 때 머리를 매트에 쾅 박곤 한다. 막상 동작이 끝난 뒤 머리나 손목이 아픈 적도 없는데, 겁보인 나는 혹시나 잘못되어 다치진 않을까 상상하며 굳이 두려움을 대면한다.


인도 뉴델리의 왕궁 'Red Fort'


교육 시간 내내 나는 ‘또 다른 나’를 많이 목격했다. 교육생 중 대다수는 드랍백과 컴업을 시도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 때문에 다들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할 수 있다고. 내가 앞에서 든든히 지키고 있겠다며. “무섭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빼던 이들도 선생님이 자리를 뜨지 않고 눈앞에 버티고 서있자 눈 딱 감고 용기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교육이 끝날 무렵엔 모든 이들이 한 번씩은 자세를 경험했다. 아마 그날 우리가 배운 건 자세로 가는 올바른 길만이 아니었을 거다. 두려움이란 실체 없는 감정이 들이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각자만의 방향성이 조금씩 생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1교시를 마친 뒤, 이미 체력이 방전된 나는 2교시 아헹가 요가 요가 교육 때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은 시계로, 마음은 사바아사나(savasana, 송장 자세)로 향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시간이 코앞에 왔는데, 휴식을 취하기 전 선생님은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우리가 힘든 아사나 수련을 하는 이유는 그 시간동안 심신의 거친 부분들을 깎아내고 덜어내며, 고요한 사바아사나 상태에 가기 위함이니 적어도 10분 이상은 사바아사나 시간을 취하라고. 그 한마디에 마음이 쿵했다. 그동안 나에게 사바아사나 자세는 그저 힘든 수련 뒤 잠시 누워가는 휴식 시간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마음이 바쁜 날엔 5분도 채 누워있지 않고 수련실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인도 뉴델리의 공원 'Lodhi Garden'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에선 사바아사나를 ‘수카아사나(sukhasana, 편안한 자세)’라고도 부른다. 수카아사나는 프라이머리 시리즈의 마지막 자세기도 하지만,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다섯 번째 시리즈에 있는 고난이도 자세기도 하다. 그만큼 고요한 마음으로 이완하는 자세를 취하기까지 매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할 테다. 그날 나는 그간 내가 취해온 사바아사나에 대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자세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천근만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사바아사나 자세는 생각이 없는 고요한 마음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고 코를 골며 잠드는 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편히 누워있지만 의식은 깨어있고, 마음은 산란하지 않은 상태가 좋다. 혹여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으면, 들이 마시고 내쉬는 호흡과 편히 누워있는 몸에 주의를 기울이며 머릿속 생각들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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