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5
3여 년 만에 맞이하는 무직의 월요일. 일상은 월요일에 연차를 낸 것과 진배없었지만 느껴지는 감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남여사 마중 차 종각에 나오는 길에 맞이하는 점심시간의 풍경은 다소 색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과 나는 분명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나는 어엿 이방인이 되었구나. 그 감각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색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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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번 엄청난 호우로 인해 호되게 혼이 났던 우리는 굵어진 빗줄기에 서로 안부를 묻기 바빴다. 내가 사는 지역은 그래도 비교적 비가 많이 오질 않아 그다지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아마 내일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무탈하게 호우가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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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뚫고 가보고 싶던 카페에 와서 주말에 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다. 회사원들이 많은 지역이라 다소 시끌벅적했지만 그 소리조차 백색소음으로 들렸다.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엿들은 그들의 대화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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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입주할 공간을 가다듬고 있다. 아직 별반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하나둘 차근차근 구상하고 손을 보고 있다. 이럴 때가 아니면 굳이 해볼 기회조차 없는 일이 많아 힘이 들면서도 나름 재밌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닫게 된 점은 처음 계획은 가장 불안정한 계획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막상 들여다 보고, 직접 만져보고 하다 보면 달리해야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완벽함을 내려놓고 생활하며 하나 둘 발전시켜 나아가는 게 조금은 느려 보여도 좀 더 지혜로운 방식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