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가겸

4월, 다짐의 글

나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by 이가겸

출판사 마케팅 아르바이트로 책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문득 '돈에 끌려다니지 말고, 돈을 끌고 다니자!'라는 카피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최근 2-3개월 쓴 글과 행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누구나 살아가며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 선택을 한다. 친구에게 선물을 할 때, 전공을 선택할 때 심지어 점심메뉴를 고를 때조차 선택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때 선택의 동기가 된 어떤 생각과 기준은 상황을 변화시킨다. 기준의 주체 곧 이 상태, 행동의 주가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다. 철학에서 주체는 '객관에 대립하는 주관, 또는 의식하는 것으로서의 자아'를 의미한다.


의식하는 자아의 기준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으로 일어난 선택은 후회를 불러온다. 물론, 상황마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다. 이 선택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연결된 관계를 가진 상황, 순간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간의 격한 감정이나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로 또는 사람의 말 한마디로 선택하게 된다면 그때 주체성을 잃는다. 다시 말해, 상황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나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을 때 결국 선택의 권리를 잃는다.


주체적으로 선택했다고 느껴도 그건 합리화에 의한 착각일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진지하게 주위 문제, 사물을 바라보고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특유의 내 섬세함은 합리화를 더 잘하는 것 같다. 합리화를 많이 할수록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은 사라지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내가 억울한 상황에서 화를 내고 내 이야기를 했다고 해보자. 근데 내가 그 말을 한 자신이 없이 단지 '저 사람은 날 무시해'라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면? 이런 태도는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풀기보다, 나 혼자 내가 상처 받지 않을 쪽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상황을 몰아가고 만드는 것이다. 그 자체로 상대를 바라보고 상황을 풀려하기 보다 자신의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만을 풀어내기 위해 자신에게 합리화된 상황으로 포장하고 착각하는 태도다.




더 무서운 건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게 합리화보다 무섭다는 것이다. 미안할 만큼 미안해하고 표현해야 한다. 자기 연민에 빠져 심하게 잘못하지 않은 상황이거나 환경의 탓인 경우에도 심하게 미안하다고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는 관계를 무너뜨리고 무엇보다 나를 상처 입히는 일이다. 러시아에서 130명을 자살로 몰아갔던 흰 긴 수염고래 게임의 미션 중에는 '나를 상처 입혀라'가 있다. 이는 우울과 극악의 부정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 위해서는 나를 상처 입히는 게 하나의 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날 상처 입히는 행위는 결국 나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다. 난 현실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상처 입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내가 사과하고 미안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걸 대가로 상황이 사라지길 바랬다. 하지만 이제 주위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명확한 인과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원인을 제거해야 상황이 해결된다. 내가 힘들고 우울한 상황의 원인은 날 상처 입히는 나의 '태도'이다. 나 자신이 문제가 아니다. 3%를 보고 100%를 알 수 없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각자 만져봤던 형태로 상상하듯 말이다. 나의 전체가, 존재가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것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안타까운 건 합리화와 자기 연민은 주로 같이 일어난다. 합리화를 하려면 자기 연민이 필요할 때가 많이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우울한 내 모습이 초라해'라는 생각은 대부분 정확한 원인-결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다. 이는 상황을 직시하기보다 회피하고 싶은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이 상황은 대부분 '내가 매우 잘못했지만, 난 엄청 억울해'라는 아이러니한 말을 만들어낸다. 이는 대화와 관계의 상대방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괴롭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니다. 개개인의 상황에서 내 잘못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까지 인생을 살아오고,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게 된 건 내 잘못, 실수가 아니다.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크고 작은 상처로 생겨버린 아픔과 괴로움이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회피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 원인을 모르고 아플 때, 노력했지만 억울할 때 가장 힘들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니 할 수 있다. 내가 내 상태를 파악하고 직시하고 일어나려 애쓸 때 나는 회복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번 4월, 이렇게 새로 다짐해본다.

'감정에 끌려다니지 말고, 감정을 끌고 다니자.'

'상황에 끌려다니지 말고, 상황을 끌고 다니자.'

'나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나를 끌고 다니자.'


이런 나의 마음 상황에 대해 아빠와 이야기한 후 내게 보내준 카톡으로 다짐을 마무리하려 한다.


"가겸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믿어라!!!

지금까지의 너의 경험, 지식, 믿음, 직관 등 모든 것이 이러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소재야.

종합하는 힘을 키워봐라. 그래도 내면으로는 참 힘들지 아빠가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될게.

화이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월, 다짐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