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이식. 기대를 해야 할까? 마음을 비워야 할까?
자궁내시경 수술이 끝나고 4일 후에 갑자기 출혈이 있었다.
수술로 인한 출혈인지 아니면 생리가 시작한 건지 애매했다.
그날은 긴 휴일 중이서 병원에서 알려준 비상연락망을 통해 전화를 했다.
내 상황을 듣고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지, 휴일이 끝나고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였다.
다행히 출혈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 연휴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드디어 월요일이 되자마자 병원을 찾아 의사를 만나서 확인해보니 생리가 시작된 것이 맞았다.
보통 수술 후 10~11일 후에 시작하는 것인데 난 너무 이르게 찾아온 편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빨리 시작되어 수술 후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배아 이식을 빨리할 수 있겠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회복 후 배아를 이식하기 전까지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지내려 했다.(그런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게 임신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배아 이식은 난자 채취나 자궁내시경 수술에 비하면 덜 아프다고 해서 큰 걱정은 안 했지만 배아 상태가 어떨지가 그게 관건이었다. 처음으로 내 배아가 어떻게 될지 이렇게 궁금할 줄이야..
학창 시절에 책에서만 봤던 그 배아, 세포분열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알아둘 걸 그랬다. 그땐 호기심도 없었는데..." 역시 사람일은 모를 일이다.
드디어, 이식을 하러 들어간 수술방에서 만난 의사의 표정을 보니,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게 느껴졌다.
배아 수도 많지 않았는데, 세포분열의 개수나 모양을 보고 상태를 판별하는데 배아 상태가 최상급이나 상급이 없고 중급뿐이었다.
수술방에 누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에라, 모르겠다. 이젠 하늘에 맞기는 수밖에.." 라며 마음을 비웠다.
배아 개수나 상태가 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분명 있으니, 나도 그중의 한 명이 되길 바랄 뿐 내가 더 이상 해 볼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동안의 많은 주사와 약들을 위해 고생한 게 떠오르면서 그 노력에 비해 배아 상태가 억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더 그 이전으로 돌아가 건강관리를 더 했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다.
배아 이식은 마취를 하지 않고 톡! 하고 넣고 금방 끝난다고 들었는데,
내 옆 화면에 나오는 배 초음파를 한참 보고 있어도 끝나지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궁의 위치 때문에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궁내막증 영향이 있겠지.
예상과는 다르게 꽤 시간이 흐르며,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강한 아픔이 몇 번이 있고 나서야 드디어 이식이 끝났다.
수술대에서 내려오니 간호사가 휠체어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가 있는 안정을 취하는 곳은 겨우 20걸음쯤 되는데 그 거리를 휠체어라니..
다시 침대에 누워 "드디어 끝났다."란 생각으로 멍을 때리고 있으니, 간호사가 이식한 배아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
혹시나 몰라서 1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 멍을 더 때렸다. 이식한 배아가 착상이 잘 되길..
드디어, 나의 첫 시험관 아기의 시술이 끝났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 한 번의 이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그런 행운이 올까?
마음을 비워야겠지..
그래도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