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의 장기 요법
2번의 이식이 실패로 끝나고 2주가 지나갔다,
두 번째에도 안됐을 때 우려가 현실로 바뀌었던 마음에 초조함이 날 압박해왔다.
이제 겨우 두 번째인데라는 생각과 이 두 번째 시도는 과연 몇 번째까지 갈까?.. 그동안 내 몸은 괜찮을까? 란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혼자 속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배란일 즈음, 병원을 다시 찾았다.
늘 그렇듯이 의사를 만나기 전부터 초음파실로 직행하여 준비 후 의사를 만났다.
계획대로 장기 요법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스피린과 호르몬 약인 프로기노바는 똑같이 계속 복용하지만
앞서 두 번에 걸친 시험관 시술은 생리 시작 2~3일 때부터 과배란 유도에 들어가는 단기요법으로 시도했는데, 이번 장기 요법은 생리 시작일 7일~10일 전부터 조기 배란 억제제 주사를 맞는 것이다. 그 후는 단기요법 때와 마찬가지로 생리 후 과배란 유도 주사를 7~10일 정도 맞는다. 질정제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잊지 않아야 한다. 중간마다 병원 외래로 초음파를 보면서 난포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은 후 난자 채취 그리고 이식하는 과정이다.
장기 요법은 길게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과정이 좀 더 잘 성숙된 난자를 위해서라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잘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백번 양보하고 생각해도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사를 매일 아침 맞아야 한다니.. 휴우.
주삿바늘이 더 이상 무섭진 않지만 꼭 정해진 시간도 잘 지키고 호르몬 변화에 따른 내 오르락내리락하는 정신도 잘 챙겨야지.
주사를 맞는 동안은 난임의 생각에서 멀어질 수가 없어서 인지 수시로 난임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도 챙기고 가끔 불안한 마음을 없애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난임은 가끔 찾아오는 감기 같은 거야.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
역시 동병상련의 마음보다 더한 위로는 없구나.
난자 채취. 뭐, 처음도 아니잖아?
임신 준비를 하는 동안 계속된 걷기운동으로 몸도 가벼웠고 건강한 식단으로 밥도 잘 챙겨 먹었다. 또 바디 버든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꾸준히 해왔다.
자궁내막증의 원인과 해결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깨끗하고 그렇게 자란 식물, 어류, 동물들이 내 몸속에 들어온다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유기농과 환경에 대한 관심까지 커져갔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내가 먹은 것과 소비하는 내 행동들이 모여 다시 깨끗한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내 아이가 그 환경에서 자라게 될 미래의 모습을 꿈꾸며, 매일을 노력하며 나는 점점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말이 이때 쓰면 되는 건가?
드디어 오늘 잘 키워온 내 몸속의 난자들을 이제 고이 밖으로 데려오는 날이다.
인터넷 후기를 읽다 보면 20개씩 채취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지만, 지금까지 난 몇 개 정도 채취 가능했기 때문에 개수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개가 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자란 아이들이었으면 하고 나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반차를 내고 남편과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마취 동의서, 항생제 반응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내 차례를 기다렸다.
커튼 밖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나처럼 기다리는 사람들, 채취나 이식을 하고 회복하는 사람들의 소리로 동료애를 느끼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잘 될 거야.
나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수술대로 이동후, 수면마취에 의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마취에서 깬 나는 극심한 생리통 증상으로 눈을 뜨며 채취가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채취의 개수는 역시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처음으로 상급의 난자가 하나 있어서 안심을 했다.
그 외엔 중급 정도의 난자 4개가 채취되었다.
이제 잘 배양만 되거라.
의료진들 부탁해요.
나의 난자들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이제 집에 돌아가서 무섭다는 복수가 차지 않도록 이온음료를 2리터씩 마셔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 주문을 걸어보자.
야발 라야 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