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너의 악명은 익히 들어왔다.

나 떨고 있니. 덤벼라 입덧아.

by yololife

놀랍게도 임신한 것을 알게 되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이게 입덧인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입덧은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있어. 배가 많이 흔들려서 속이 울렁거려 죽겠는데 육지가 안 보여. 그렇게 몇 달 동안 그 배를 타는 거야."

말로만 듣던 입덧은 끝이 안 보인다고 했다.

나에게 올 것이 왔구나.


두렵다.

몇 달을 울렁거리고 냄새도 잘 못 맡은다고 한다는데..

하루 이틀 지나며 이게 입덧인가? 점점 속이 울렁거렸다.

어느새 내 머릿속은 온통 '입덧'으로 가득 찼다.

그동안에 입덧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로 '만약 입덧이 온다면...'의 생각뿐이었다.

울렁거림을 잠재웠으면 좋겠다 해서 틈만 나면 검색해서 입덧 캔디도 사보고, 좋다는 차도 마셔봤지만 별 차도는 없었다.


특히 기대했던 입덧 캔디는 전혀 효과가 없어서 상술에 넘어갔구나 싶었다. 아주 셔서 입덧을 잊게 해 줄지 알았더니 너무 달아서 난 더 느끼했었다. 그냥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아이셔' 사탕을 찾아서 먹을걸..

그나마 아직 토할 정도로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그날이 올까 봐 조마조마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토할 정도의 입덧은 찾아오지 않았다.


한참 지나고 나서 보니 배고프면 속이 울렁거리는 먹덧이었다.

회사에서도 끊임없이 먹었다.

울렁거리면 안 돼.

배고픈 것에 예민해졌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화장실로 뛰어가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지하철에서 안 그래도 힘든데 입덧 때문에 내렸다 기다려서 다음 열차 다시 타기 진짜 싫어.'

그리고 무엇보다 울링 거림을 참는 게 힘들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난임기에 자제했었던 자극적인 음식,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임신을 핑계 삼아 그리고 먹덧을 핑계 삼아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다 먹었다.

난 먹덧이니까. 열심히 먹어야지.

두려웠던 나의 입덧 기는 걱정보다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딸은 엄마의 입덧을 닮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엄마의 입덧을 닮지 않았다.

휴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역시 모르는 게 약이었는데.

먹덧이라니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엄마가 되기 시작하니, 우리 엄마가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