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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기 더하기

D-Day

그날 이후로, 의미 없는 시간들을 서서히 빼나 갔다.

      

로 '안녕'함이 궁금한 건 아니었던, 다른 이의 근황을 묻는 얄팍했던 시간.


사진 속 다른 이 어깨에 메인 가방을 확대해서 보던 점잖지 않던 시간.


누군가를 은근히 돌려 깎기 하며 평가하던, 무례했던 시간.


연예인의 사생활을 걱정하던, 부질없는 시간.


남의 집 살림 규모를 셈해보던, 구질구질하던 때.


다른 이의 말을 끊고 내 이야기하는 데만 열을 올리던, 눈치 없던 시간.


실은 애쓴 적도 없으면서 안 되는 이유만 늘어놓던 비겁했던 시간.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는데 무턱대고 절망하던,

어쩔 수 없는 시간.


타고난 재능이 없음을 탓하며 미리부터 발을 빼던 나약한 시간.      




그동안 참 헛된 일에 마음을 쏟고 시간을 흘려보냈구나... 우린.


실로 가진 게 많았었지만 그런 지도 모르고

허비하며 살았던 날들을

이제야 깨닫는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올곧게 내딛는 한 발자국, 발 끝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더해보자.


얄팍한 호기심으로 묻던 근황 대신 진심 어린 안부를 묻는 여유를 잊지 말자.





다칠 새라, 바닥에 놓지도 못하던 명품 가방 대신 에코백 속 안 책들에 의미를 두자.


무례하게 평가하는 시간 대신 내 안의 에너지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리자.


지금은 다른 이의 입 모양을 들여다보고 더 많이 듣기로 하자.


때론 생각 없이 무턱대고 움직여볼 필요도 있어. 잡념 대신 동력을 더하자.


절망하고 슬픔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럴 땐 잠을 자는 걸로 하자.


주저앉아있기만 하다 보면 발만 절인다. 발이라도 주물러보자.


지속성은 결국 널 뛰게 할 거야. 그리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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