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요가를 하긴 했었다는 말들이 무색하게, 요가에 대한 열정만큼 내 몸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언젠가 인도에서 요가 수련 과정을 수료해 보겠다는 꿈은 그저 버킷리스트에 써보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는 걸 매 요가 수업 때마다 느꼈다.
늘 내 몸은 긴장되어 있고 팽팽했다.
다른 환경에서, 색다른 수업에서라면 좀 나을까 싶어 정통 요가에서부터 핫 요가, GX에서의 요가, 플라잉 요가 등 여러 곳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이제야 알게 된 건 동작은커녕 호흡조차 안된다는 거였다.
몸의 정렬이 무너져 호흡조차 안 되는 사람이, 나비 자세, 쟁기 자세, 코브라 자세 자세들만 무리해서 좇았던 거였다. 인도에서의 요가 수련이라는 환상만 갖고 있던 셈이었다.
경직된 몸의 과도한 움직임은 결국 통증으로 이어졌다.
뭉침이나 뻣뻣함 정도로 생각하고 능력치 이상으로 바들바들하고 있던 어느 날, 요가 선생님이 내게 질문했다.
"지금, 그게 다 하신 거예요?!"
가르쳐준 동작을, 일러준 대로, 잘 따라한 거냐_는 질문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고 난 그 질문을 질책과 조롱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이후 요가 수업에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요가 대신 기구의 힘을 빌어, 필라테스를 해보마 했고
다시 통증을 마주하자 필라테스- 한의원- 정형외과- 자세 교정원 등을 돌고 돌았다.
세월을 건너 최근에야 다시금 요가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호흡의 중요성과 다시 마주했다.
호흡과 몸의 이완.
몸을 툭 내려놓는 것.
몸 깊이, 천천히 호흡하는 것.
늘 긍정의 에너지를, 열정을, 의지를 불어넣을 줄만 알았지... 점수를, 스펙을 쌓고 유익함을 좇기만 바빴지... 쌓아 올리고 불어넣고 다지는데 익숙해진 나는 이제 힘을 빼고 툭 내려놓는 법을 잊은 듯했다.
요가를 하는 시간에서 뿐만 아니라 늘 쌓아 올림을 '추구'하는 통에 몸도, 마음도, 늘 경직되어 있었던 거다.
오늘부터 요가 말고. 일상의 사소한 긴장감 속에서 나를 툭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이완시키면서, 몸 곳곳 안온함을 불어넣는 시간.
요가에서마저도 '뭔가를 해내야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움직임' 다짐하지 않고.
툭. 그냥 툭. 그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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