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장식 기능사 수업을 들으면서, 그리고 때때로 공식에 맞지 않게 꽃을 꽂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이 나기도 하면서... 꽃을 꽂는데 '공식'이란 게 존재하긴 하나_ 도리어 반감이 일렁일 때가 있었다. 화훼장식 기능사 과목 자체에 대해_ 국가 직무능력표준(NCS)을 베이스로, 일정 요건에 충족하는 교육과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전제가 마음 속에 이미 깔려있었음에도 말이다.
자격증을 목표로, 공부를 한단 사람이 '꼭 기준에 맞게 꽃을 꽂아야 하나요?' 되묻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지만 주지인, 탑사철은 5도 각도로, 뒤로 눕혀서_ 중심 꽃인 거베라 옆에 장미, 장미 옆에 리시안셔스_ 3단은, 장미, 거베라, 장미, 거베라... 한 치 오차 없이, 목표한 모양새에 맞게 꽃을 꽂아 무언가 만들어야 한다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화훼장식기능사
#육아일상
#육아일기
#욱하는일상
육아育兒, 양육養育. 난생 처음, 나 아닌 누군가를 길러내고 올곧게 키우려는 일에 임하다 보니 과연 이런 서툰 솜씨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든다. 아이를 잘 기르는 게 뭘까_ 생각을 해봤다.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애써야 하고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교육에 힘써야 하며 누구 못지않은 경험치도 쌓아줘야 한다. 아이가 잘하는 게 뭔지, 그 소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캐내 주기도 해야 할 것만 같고 아니, 그러기엔 인성이 먼저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생활 습관도 중요한데. 서툰 육아 스킬이면서 당장, 생각나는 건 욕심나는 건 왜 이렇게도 많은 건지.
그러다 여기저기 육아 박사들의 노하우나 육아 공식이라는 것에도 기웃거려본다. 몇 개월, 몇 세별로 시기에 맞는 육아 처방이며 교육법이 즐비한 정보 속에서 의욕만 넘쳐나는 초보 엄마는 또 한 번 길을 잃는다. 막상 잘해보자 했던 육아이지만 육아 전에, 나 자신의 욕구도 살펴달라고 시시때때로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옆집 엄마의 앞서가는 교육법, 윗 집 아이의 남다른 언어적 재능, 심지어 뒷 집 아이의 발육 상태까지 힐끗거려지는 건 왜 이리 많은 건지.
#초보엄마
#쌍둥이맘일기
장난감이며 책들을 정리하면서 막상 이것저것 시기가 지난 것들도 선뜻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것들도 그저 내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있는 것들도 잘 활용 못하면서 또 너무 많은 것들을 탐내고 있는 건 아닌지.
화훼장식 기능사 수업을 듣다 마음대로 작품이란 게 만들어지지 않던 어느 날,
"아, 꽃이 꼴도 보기 싫어...
나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와 흠칫 놀랐던 적이 있다. 가끔 육아에 임하면서도 그런 비슷한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아이의 습관을 잘 형성해줘야 할 것 같아서 혼을 내고 소리를 지르던 엊그제, 아이에게 이것도 보여주고 저것도 시키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아이에게, 나에게 화를 내던 어제를 보내며. 가끔은 이도 저도 아닌 엉망진창인 육아 전쟁터에 서서
그러다가 이내 '난임으로 힘들어할 때 생각은 못하고...' 생각이 찾아들고 실제로 "옛날에, 임신 안된다고 힘들어하던 때 생각을 해봐라!" 주변에서의 조언도 듣게 된다. '그래, 애 없다고 울고불고 예민하게 굴 때는 언제고.' 그러면서 다시 곧추세우는 마음. 나의 일상 육아 도돌이표.
그런데, 생각해볼 일이다. 공식에 맞게, 남들보다 앞선 교육의 발빠름으로, 육아서에 나온 육아 조언에 맞게 똑똑한 육아법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게 맞는 일인지. 너무 잘하려다가 꽃도 꼴 보기 싫다,
격하게 혼자 있고 싶다,
번 아웃을 호소하는 게 맞는 일인지 말이다. 육아가, 양육이, 나만의 마스터피스, 작품을 만드는 일. 그럼, 그 소재가 나의 아이인 게 되는 것인지. 물론, 잘하시도 못하는 우왕좌왕 육아 중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