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쿠알라룸푸르 여행 - (8)

by 요미


일일 투어에 스카이다이빙, 키자니아까지 쿠알라룸푸르에 온 후로 매일을 다녔기에 하루정도는 숙소에 틀어박혀 푹 쉬기로 했다.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그랩으로 샌드위치를 시켜놓고, 건너편에 Wolf & Turtle Coffee에서 아이스 라테를 사 왔다. 그랩 배달은 1층 데스크에 놔두고 가기에 커피를 사 오는 길에 챙겨서 올라왔다.

아점을 간단히 먹고 나는 침대, 뚜는 소파에 각각 누워 뒹굴거리며 오랜만의 쉼을 즐겼다. 여행 와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싶었지만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생각하면 이렇게 하루 쉬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싶었다.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태국 여행 일정을 찾아보며 공항 픽업, 파타야-방콕 간 이동 택시를 예약했다. 태국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답게 여행 일정이나 교통편 정보가 매우 많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주 잘 돼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콕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미리 지하철 발권을 할 수 있도록 라인 페이를 등록해 놨다.


얼마나 지났을까. 뚜가 수영장을 가고 싶다 했다. 우린 수영 준비를 하고 6층 야외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낮이라 그런지 어른 몇 명만 있을 뿐 웬일로 수영장이 한가했다. 그런데 뚜가 수영을 하고 있는 걸 가만히 보다 보니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된장찌개, 닭갈비, 찜닭, 곱창 등등이 생각나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유에서 오는 심심함인가? 아니지, 배가 고픈가?

너무 재밌고 즐거운데 이상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가 소위 말하는 현실 자각 타임이 왔던 게 아닐까 싶다. 반나절 쉬고 있다고 바로 단조롭고 심심하다고 생각이 들다니. 나는 어디 진득하게 앉아있는 여행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반나절 쉬었으니 이제 되었다. 나답게 하루종일 쉬겠다는 선언을 철회하고 저녁을 먹을 겸 수리아몰에 갔다. 먼저 토이저러스를 또 구경 갔다가 뚜가 처음 온 날부터 갖고 싶어 했던 인형 세트를 아빠한테 허락 전화까지 해서 결국 구입했다. 웬만하면 사주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인형이라는 얘기에 솔깃해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인형이 반짝거리는 것이 참 예뻤었다.


딤섬으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납작 복숭아와 망고을 사 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동남아에서 망고는 기본이고, 납작 봉숭아가 보이면 무조건 집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진정한 동남아 과일의 꽃은 망고가 아니라 납작 복숭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풍부하고 달콤한 향과 맛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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