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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r 26. 2024

좌충우돌 시골살이

20일 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카페를 청소한다.

시골 카페라서 손님이 많지 않지만

메뉴는 왜 그리도 많은지.

나름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지만

3년 전에 간신히 따고 커피는 늘

사 먹었기에 모든 게 처음 같다.


포스기기를 켜고 어제 마지막 매출을

입력하고 영업을 시작한다.


동네 이장님이 오시면

레시피가 다른 커피가 나간다.

라테에서 오트밀크로 바꾸면 500원이

추가되고 단골손님 중에는

계좌이체를 하기도 한다.


손님이 올 때마다

제발 아메리카노만 시켜라를 외친다.

익숙해질 때쯤 사장님을 따라

오일장을 간다.

감자를 심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감자를 산다.


오후에는 사무공간으로 개조 중인

목조주택의 페인트 칠을 도운다.

느릿느릿 시골 어른들의 패턴을

맞춰가며 생각한다.


서울에서 서울 놈들은 뭐가 그리 급하길래

운전도 업무도 인간관계도 다 빨리빨리.

그러다가 기 빨려서 서로 아프고 싸우고

언젠가는 다 죽을 텐데.


느릿느릿 자연을 사랑하기도

당신을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내일은 여차저차 감자를 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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