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티바람 Jul 01. 2024

확인 강박

작은 존재

이메일 마지막에는

확인 바랍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글을 쓸 때는 적어도 3번 이상을

지우고 채우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엄마의 항암치료 후 상태변화를

하루 두 번씩 같은 질문을 해가며

마치 생존을 확인하듯

말 안듣는 수화기 너머 음성을

그저 확인만 하고 끊고


이사 온 오래된 나의 집,

두 여자의 미움을 받아 그 미움을 확인하며

아등바등 바꿔보고자 하는데

현재는 아무것도 허락해주지 않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그런 확인


잠시 열어놓은 대문을 통해 들어온

벌레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아

애꿎은 문들만 열었다 닫았다 확인하며

잘 밤을 놓치고


잊을만하면 병원, 보건소 등에서 날아오는 문자

당신을 내가 확인해야 됩니다.

충분히 몸이 좋지 않아요.


매일 보는 철문과 잊혀진 일기장 속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려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과 놀리듯 뒤로 걷는 사람.


엉망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

목소리와 다르게 개운치 못한 아침


확인만 하고 미루는 것들

카카오톡으로 내게 남겨놓은 메모

쌓여가는 밀키트, 자동차 엔진오일,

뚫어뻥, 페인트, 에어컨 기타 등등


회신은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늘 확인만 하다 끝나는 월요일 밤.


실핏줄이 다 터진 눈동자를

확인만하다 눈을 감는,


바랄게 많았던 옛날

바랄게 없어지는 요즘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말이지

가끔 와락 무너질 때가 있다.

와락은 안길 때 표현인데 말이지.


그래도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퍼펙트데이즈.


작가의 이전글 긴장의 연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