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정 시집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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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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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물을 들여다보고 찾을 수 있는 색의 가짓수만큼이나 다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지 않을까. 잊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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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다리 위에서 만난 이를 머리가 세고 이가 흔들리는 나이까지 사랑해서 천국과 지옥 사이에 아름다운 계단을 쌓아올린 사람이 있다. 시인에게 시란 그런 것 아닐까. 멀리 두고 맹렬히 그리워하는 것, 그 그리움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궁금하지도 않은 것. 관성이 되고 습관이 되고 이윽고 일부가 되어버린 사랑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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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말서를 쓰고 사직서도 쓰고 방향을 헷갈려 종종걸음치면서 이름모를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 고백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를 잃고 - 방 한 칸을 내주고 술과 함께 골목에 주저앉았다가 은행창구에 어색하게 앉아 대출을 받고 한 뼘씩 자라는 아들의 키에 맞춰 한 평씩 집을 늘리며 - 아무렇게나 쌓아둔 시집, 아무렇게나 쌓아두었지만 거기 있는 시집의 무더기에서 발굴한 꽃을 가만히 병에 꽂는 마음 같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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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별 것도 아니고 다만 시로 말하는 것이 가장 편안한 사람이어서 - 스물에서 마흔까지 사느라 그늘지고 주름진 마음을 손을 세워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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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노랗게 번지는구나.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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