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에 이런 일기를 썼다. 멀고도 가까운 나의 마음.
어떤 언어들의 소리를 듣는다. 인상.. 이미지가 남는다. 예를 들어, 일본어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글자의 모양도) 중국어는 저마다 자기 소리만 하느라 정신이 없는 느낌. 자만심 그리고 오만함이 느껴진다. 인도 여행을 갔을 때 귀동냥으로 들었던 힌디는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떤 쪽이냐 하면 태양의 아름다움이었다. 프랑스어는 간지럽다는 생각. 봄날 저녁의 미풍을 닮았다. 이탈리아어는 불빛의 언어. 스페인어는 불꽃의 언어. 독일어는 단정하고 북유럽의 어떤 언어들은 몽환적이다. 영어는 매끄럽지만 의외로 무뚝뚝하고 태국어는 울음을 닮았다. 한국어는.. 한국어는.
생긴 모양도 그렇지만 발음도 왠지 '실용적'이다. 눈이 밝고 손이 재바른, 단단하고 젊은 여인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 -
일본어는 색지를 접어 날아가지 못할 새를 만들고,
중국어는 앞섶을 풀어헤치고 홀로 술을 마시고,
힌디는 불을 피어 방을 덥히고,
프랑스어는 머플러를 두르고 산책을 나가고,
이탈리아어는 꽃을 사고,
스페인어는 와인을 들고 친구를 찾아가고,
독일어는 창문을 닫고,
북유럽어는 책상에 불을 켜고,
영어는 샌드위치를 먹고,
태국어는 발을 오므리겠지.
그리고 한국어는-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나와 눈을 쓸겠지. 싸악-싹- 소리에 마음 흔들리는 일도 없이. 상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사람들은 두툼한 신발을 신고 씩씩하게 걸어다니겠지.
꿈을 앓다 커튼을 치는 사람들은 어느 언어에 깃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