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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Jan 12. 2024

시도하지 않으면 인생에선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2024 경기교사연구년 공문을 받고서...


중학교 교사의 하루하루는 바쁘다. 아주 바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이 정신없다.

 

쳇바퀴를 달리는 햄스터의 모습을 아주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르게 교차되는 햄스터의 작고 작은 왼발 오른발. 멈출 수 없는 움직임. 그 장면이 우리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내 모습과 아주 닮아 있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기억. 수업 들어가며 걷는 복도에서도, 참다 참다 화장실에 가려고 교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나는 양반걸음을 할 수 없다. 늘 쫑쫑쫑쫑 걷는다.  


2023년의 가을 어느 날도 그랬다.

아침에는 교문 앞에서 등교지도를 했다. 오전에 세 시간의 수업을 했고, 한 시간 동안 공문처리를 했다. 점심시간에는 무슨무슨 위원회의 협의회에 짧게 참석했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다음 날 수업에 사용할 PPT의 내용을 손봤다.


후다닥 생존을 위한 식사를 마친 나는 작성 중인 '000 결과 보고서' 파일을 연다. 연구부장이라 한 해 사업을 정리하는 보고서 몇 개를 써야 하는 상황 안에 있었다. 보고서에 이런저런 문장을 쓰고 지우고 자료 찾고.

앗, 6교시 수업시작이다. 얼른 틈을 내어 종종종 수업에 다녀왔다. 이어서 아이들이 제출한 수행평가 결과물을 살피며 점수를 정리한다.


대여섯 명의 점수를 막 입력한 참에, 우리 부서의 신규 2년 차 선생님이 슬픈 얼굴로 '부장니이이임..' 하며 등장.

손을 잡아 내 옆자리에 앉힌다. 얽히고설켜 풀리지 않는 업무에 대해 하소연하신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이 있을까 찾아본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학급에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학생 이야기 학부모님 이야기까지 대화는 전개되고,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라 여전히 둘의 표정은 난감함을 떨치지 못하고...


종례를 위해 젊은 후배샘이 일어서고 나는 손 한 번 꽉 잡아 주며 응원을 보낸다. 책 상에 놓여 있던 초콜릿 하나 쥐어주며 후배샘을 배웅하고 자리에 앉았다.  


벽시계를 바라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퇴근 전 마지막으로 공문함에 들어가 내게 배정된 공문을 확인하는데, 내 눈을 사로잡는 제목 하나.  


"2024 경기 교사 연구년 추진 계획 및 선발 알림"


공문서 처리를 하고, 전교사에게 공람을 했다. 비교적 중요한 공문이니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번 메신저로 내용을 알려드린다. 그러고 나서 꼼꼼하게 공문을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며 살펴본다. 읽으면서 동시에, 올 한 해 동안 '연. 구. 년.'이란 단어를 잊고 산 나에 대해 반성 한 조각.  


교사 연구년이 경기도에서 시작된 것은 2010년이다. 2019년부터는 잠시 중단 상태였다. 2022년 말에 연구년 부활의 공문을 보고, 오호 내년에는 한 번 신청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활의 첫 해에 연구년 신청서를 낼 수 없었던 것은, 그때 나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라는 학교의 요직(최고의 기피 업무)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1학년에서 발생한 따끈따끈한 학폭 사안 처리 중이라 정신을 차릴 몸과 마음의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는 2023년 내내 완전히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날아가듯 빠르게 돌고 있는 학교의 시계 속에 '연구년'이란 세 글자가 자리할 곳은 없었으므로 나 자신의 무죄 인정.

생각도 못했고 준비도 못했지만,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가득 차오른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베스트셀러 도서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 교수님의 책 중에 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Do nothing, and Nothing happens

세상 멋진 말을 책 제목으로 사용했구나 싶었다. 나만의 버전으로 수정해서 인생의 모토로 사용 중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인생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꼼지락꼼지락 시도해 봐야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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