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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n 21. 2024

당신은, 다시 일어서는 사람

프롤로그

[당신은, 다시 일어서는 사람]


(프롤로그)


일어서기 위해서는 넘어져 있어야 했다. 일어서기 위해 일부러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일어서기 위해서는 엎어져 있어야 했다. 일어서기 위해 일부러 엎어지는 사람은 없다.

일어서기 위해서는 바닥을 짚어야 했다. 일어서기 위해 일부러 바닥에 내려가는 사람은 없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십을 막 앞둔 내 인생에서 네 번째 공황장애가 왔을 때 나는 내가 계획한 앞으로의 인생계획은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내가 계획한 앞으로의 인생계획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65세까지 어떻게든 지금 하고 있는 직장에서 버티며 월급을 받는다. 65세가 되면 국민연금을 신청하고 작은 알바 자리를 알아본다. 적고 나니 참 부끄럽습니다. 65세 이후를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걱정하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 같습니다. 폐지를 주우며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아내는 우리가 폐지를 줍더라도 아이들에게 폐가 되지는 맙시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계획이란 것은, 늙더라도 아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 이상이 왜 없었겠습니까마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 그 꿈을 다 버리고 포기하는 것이 미래의 계획이었습니다.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직업도 직장도 없이 노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 될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이는 최고령자였지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13년째 최고령자였습니다. 50대가 되었을 때, 젊은 이사는 노친네들하고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나를 보고 얼른, 부장님은 아니고요. 라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가 말한 노친네들이란 우리 회사가 상대하는 기업들의 50대 임원들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50대의 직장인이란 세대 차이가 나는 꼰대 노친네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잠시 나는 넘어져 있었습니다. 온몸을 쭉 뻗은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도무지 일어설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내 인생은 그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여졌습니다.     


‘당신은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쓴 김상현 작가 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책 서문에서 ‘우리 삶에 좌절하고, 극복하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라고 질문합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겨우 숨만 쉬면서 엎어져 있는 상황은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석사 과정 공부를 할 때 한 학기 동안 로고테라피(의미요법)만 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심리학 이론 중 하나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유의 몸이 될 거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던 한 사람은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갑자기 죽어 버립니다. 자신이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했던 희망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가족들에게 둡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죽음의 생각을 버리고 버텨내기로 한 것입니다.     


나도 쓰러지고 넘어져 있던 그때, 그건 끝이 아니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우울과 무력감이 해일처럼 밀려와 나를 저기 바다 끝으로 내동댕이칠 때면 그저 무력감에 굴복하고 싶었습니다. 하루종일 잠만 자며 멍하니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 내가 일어서서 이 글을 쓰고 있게 된 건 내가 치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일어서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새벽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나를 일으켜주시고 세워주실 하나님이라는 신의 존재가 있었고,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기도해주는 가족과 교회 성도들이 있었으며, 내 마음을 치유해 줄 글쓰기라는 도구가 있었습니다.     


이 책이 지금 넘어져 있는 당신 손에 가 닿았다면, 당신이 다시 일어서도록 힘을 주는 그 바닥의 한 부분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딛고 일어서길 희망합니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큰 걸음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는 당신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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