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는 59세다. 그는 사브를 몬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의 사람이 있으면, 마치 그 사람은 강도고 자기 집게손가락은 경찰용 권총이라도 되는 양 겨누는 남자다. (오베라는 남자, 7쪽, 첫 세 문장)
나는 <오베라는 남자>를 세 번째 읽고 있다. 나는 왜 그토록 오베,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도 그 부분이 좀 의아하다. 오베는 결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만한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오베를 보자. 나는 그의 캐릭터에 이끌려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맨 처음 책이 나왔을 때부터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오베는 겉으로 봐선 철두철미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보였다.
나이는 59세에 한 직장에서 평생의 3분의 1을 보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볼 때는 꼰대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오베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서툴다. 다른 사람이라고 넓게 지칭하기는 그렇고 변하는 세대 속에서 젊은 층이 쓰는 말과 행동, 심리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첨단화된 정보화 기기들에 대해서 그렇다. 오베는 정보격차 극빈자층에 속하는 사람이 되었다. 젊은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정말 꼰대가 되고 말았다.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직장에서 그들이 오베에게 말했다. 일자리 부족과 그로 인한 '나이든 세대의 은퇴'에 대해 설명하는 와중에 말이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낸 사람, 그들이 오베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별안간 오베는 빌어먹을 '세대'가 된 것이었다. (21쪽)
그래서 그는 상가에서 아이패드를 들고 컴퓨터를 달라고 말하다 결국 사지 못하고 나오고 만다. 왠지 짠하다. 오베라는 캐릭터는 완고하면서도 짠한 캐릭터다.
그는 '자명종이 울리지 않아서' 늦잠을 잤다는 사람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오베는 평생 자명종이라고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는 6시15분 전에 눈을 떴고, 그게 그의 기상시간이었다. (13쪽)
아내와 결혼하고서 아내가 놀란 것 중의 하나가 나의 아침 기상이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명종도 없이 새벽에 눈을 벌떡 떠서 일어나더라는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아침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했는데 그럴러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여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베와 얼추 비슷한 나이가 된 지금은 다르다. 그때처럼 자명종 없이 벌떡 이른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오베는 다르다. 오베는 습관이 되어 있어서 죽기 직전까지도 제 시간에 벌떡 일어났다.
그는 쓰레기통을 툭툭 차보더니 욕설을 내뱉으면서 유리 재활용 통에서 병 하나를 끄집어냈고, 금속 뚜껑을 돌려 빼는 동안 '무능한 인간들'에 대해 중얼거렸다. 그는 병을 다시 유리 재활용 통에 버리고, 금속 뚜껑은 금속 재활용 통에 집어넣었다. (17쪽)
나도 재활용을 꽤 열심히 하는 편인데, 가끔은 금속뚜껑 채로 유리재활용품 통에 넣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오베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 것까지 찾아내어 분리 수거를 한다.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래서 그가 좋다. 그의 성격을 다 수용하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다음에 하는 행동 때문에 그가 안쓰러워졌고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다 마신 뒤 그는 전화국 가입과 신문 구독을 취소했다. 작은 욕실에 있는 수도꼭지를 수리했다. 부엌에서 베란다로 통하는 문손잡이에 새 나사를 박았다. 다락방에 있는 상자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19쪽)
그는 신문 구독을 취소했다. 전화를 취소했다. 뭔가를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중간에 끼어든 문장이지만,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다시 읽으면 중간에 쓰윽 들어가 있는 이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눈치챌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문손잡이에 새 나사를 박아 넣는 오베라니. 역시 그답다. 남아있는 그 누구에게도, 이 집을 사용할 다음 주인에게도 그는 폐를 끼치기 싫은 것이다. 얼마 전 집세 비용을 다 마련해놓고 가난을 이기지 못해 딸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는 어느 모녀의 뉴스가 떠오른다. 가난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은 정직하다. 오베는 강한 척 하지만 실상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빨 빠진 호랑이, 종이 호랑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오베는 59세. 세상에서 그다지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베라는 남자가 좋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그런 감정이 앞선다. 두 번이나 읽은 <오베>지만 역시 세 번째 읽을 때도 느낌이 좋다. 더 안쓰럽고 더 짠하다.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안쓰럽기 그지 없다.
그나저나, 59세밖에 안 됐는데 표지에 나온 모델은 너무 할아버지 모습이 아닌가? 나만 그런 생각이 드나? 59세면 청춘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은 아니지 않은가? 뭐, 같은 처지에 내가 따질 말은 아니지만 예전 책 표지는 좀 그랬다. 그래도 오베를 가장 잘 표현한 느낌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