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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커피와 철학]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by 봄부신 날

[침대와 커피와 철학]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 스토아학파나 황제, 심지어 로마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36쪽)


부드럽게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마음이 차분해진 나는 커피를 음미한다.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무게도 적당한 머그컵이 내 손안에 머무는 느낌까지 감상한다. 나의 불안은 휴가를 떠난다. ... 창문 밖을 응시하지만 딱히 뭔가를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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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잤더니 수면의 질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한 시간마다 깨어나다 결국 새벽 5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실로 나와 베란다에 있는 나만의 작은 책상에 앉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당근으로 사온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펼쳤다. 저자가 마르쿠스의 <명상록> 얘기를 하면서 마르쿠스가 엄청난 늦잠꾸러기였다고 말한다. 인생은 침대에서 밖으로 나오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슬쩍 철학적 화두로 이끈다. 절묘하다.


저자는 열차를 타고 가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 역시 아침이 되어 조식을 먹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5분만 더' 하면서 밖으로 쉬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그는 <명상록>을 펼쳐든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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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모닝커피를 탔다. 그리고 그가 <명상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는다. 그가 느끼는 머그컵의 적당한 느낌을 나도 느껴본다. 마침 어제 옮겨적다 만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책에서 비슷한 구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프랜시는 커피 냄새와 커피잔의 따뜻함을 좋아했다. 그래서 빵과 고기를 먹으면서 한 손으로 컵을 만지며 커피의 온기를 즐겼다. 커피의 달콤하면서도 쓴 냄새를 즐길 때도 있었다. 그러면 마실 때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베티 스미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17쪽)



나도 프랜시처럼 한 손으로 컵을 감싸본다. 오디오에서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가 아름답게 흘러 나온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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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으면서, '궁금'한 것들을 궁금해하면 된다. 오늘 나는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많은 것이 궁금하기에 충분히 철학자가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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