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해방의 밤
"삶은 그저 삶일 뿐이지요. 늘 고난이 있습니다.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고, 저는 좋든 나쁘든 그 모든 순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경험할 테니까요. 그것은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친절은 우리가 베풀거나 베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어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 대한 친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친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 텐데, 선택이기 때문에 저는 친절에 대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은유, <해방의 밤> 중 107쪽, 중국계 미국인 작가 이윤 리 인터뷰 인용글)
타인에 대한 친절도 중요하지만 자신에 대한 친절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해 친절하지 않으면 타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도 큰 상처를 받습니다. 타인의 행동과 마음을 오해하고 확증해 버립니다. 스스로에 대해 자기 비하와 자기연민 그것을 넘어 자기혐오까지 이어집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처가 너무 일상화되어 자기 체념화될 때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엄격하면서 타인에게 많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이 나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슨 행동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 넘깁니다. 나는 원래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말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가 국가, 인종, 성별, 부모, 경제적 상황 등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천륜처럼 주어지는 것이기에 내가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인용한 이윤 리의 말처럼 친절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에서 이윤 리는 자기 자신에게 친절을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스스로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자기 비하를 하지 맙시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격체입니다.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나에게 친절할 때, 내게서 농익은 친절이 타인에게 베풀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환경을 비관하여 자기비하와 자기차별을 많이 하며 자랐습니다. 그 가치관은 제가 세상을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였고 더 부조리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그러한 인식은 청년기를 지나 많은 독서를 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불행 속에 빠져 지낸 것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한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 면에서 독서는 제게 생명의 은인과 같습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서도 사람들은 친절이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하죠. 내가 나에게 먼저 친절할 수가 있는데 말입니다.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찰리 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오늘 하루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렵니까.
부디 당신 스스로에게 먼저 친절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