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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green Jun 23. 2021

새파란 놈

아빠는 엄마를 지키는 기사

20196월의 오늘


 밭일을 미룰  없어 본가 내려갔던 엄마가 일산 으로 올라왔다. 엄마의 귀환으로 아부지는 말수가 늘었다. 고추는  심었는지, 동네는 어떤지, 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는지, 병원에 다녀온 얘기며 먹었던 ( 얼마나 불만족스러웠는지) 얘기까지, 나와 있는 동안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는지   같은 대화였다.

 

 반려란 그런 것일까. 나에게는 보이지 않던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 아빠. 살아온 인생의  이상을 함께  엄마만이 이런 상황속에 아빠의 투정이끌어낼  있는거다.


  엄마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이  아빠는 다음날 아침 갑자기 씩씩 화가 난 채 숨을 몰아 쉬었다.

“와~~ 진짜, 어후”

와??무슨 일인데~”

아빠는 간밤 꿈 얘기를 시작했다.

(꿈속에서) 엄마와 산책 중에 마주친 새파랗게 젊은 놈이 엄마 키가 작다고 놀려대서 화가 나 참을 수 없어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내 생전 사람을 그렇게 패본 적이 없는데 어찌 화가 나던고 쌔가 빠지게 패줐다 아이가~아따 열 받대... 그랬드마 즈그 새이(형)가 와서 아이고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 거라~마 싹싹 빌었다!!”


우리는 그 꿈 얘기가 너무 웃겨 깔깔 웃었다. 아직 눈곱도 덜 뗀 채 오랜만에 진짜 크게 웃었다.

“우와~아부지 무서워서 내도 이제 엄마 키 작다고 놀리면 안 되겠네~”

“니도 조심해라이.”

“윽수로 고맙네~~ 힘도 없으낀데 고생했소!!! 아침 묵자~”


 엄마는 키가 작다. 작은 나보다도  작지만 어릴 때는 엄마만큼 무섭고  강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작게 느껴본 적이 없다. 지금도 .  힘든 상황을 평온한 일상으로 끌어가는 강한 사람이잖아.

“당신은 내 말만 들어~나쁜 생각 말고!! 내가 당신 살릴 거니까.”


 그런 엄마를 아빠만큼은 종종 귀엽게 가끔 엄마가 짜증을  때까지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잠든 엄마 코를 붙잡았다가 잠이 깨면 모르는 체하길 반복한다던지... 하는 장난을 치고 엄마가 화를 내며 아빠 등짝을 때리면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며 깔깔 대곤 하셨다. (좋지 않은 꿈을 꾸다  엄마를 보며 “아이고 꿈꿨져??” 하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아주 예전에 그림 그림이지만 아빠의 애정이 느껴져서..


 엄마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일은 없었던 터라 걱정이 되었던 걸까?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엄마에게 아직 당신의 건장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무엇도 해볼 수 없는 현재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가 그런 꿈으로 발현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아빠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중간중간 새파란 놈의 얘기를 꺼냈다. 현실에서 일어날  없지만 어쩌면 아빠는 나의 그녀를 용감하게 지켜낸 영웅담을 오래오래 되새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이~내가 당신을 지켰어’


뭐가 됐던... 아빠가 이겼으니 됐다.

그 새파란 놈이 몹쓸 병이고 아빠가 용감하게 그것을 때려눕히는 것이면 좋겠다고 마음 깊이 바랬다.

버르장머리 없는 새파란 놈... 혼쭐이 났겠지? 그러니까 꺼져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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