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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green Jun 14. 2021

손 놓으면 안 돼

우리 딸 언제부터 이렇게 자전거를 잘 탔지?

 나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걷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전거를 좋아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집에서 5분 거리의 동네 스콘 가게에 갈 때도 걷는 건 싫어서 굳이 자전거를 꺼낸다.


 연식이 10년도 넘은 내 자전거는 크기에 비해(16인치 스틸 미니밸로) 무겁다. 따져보자면 5분 거리를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은 효율성면에서 썩 좋은 선택은 아니다. 자전거를 2층으로 들고 나르는 것보다 잠깐 걷는 편이 훨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걷는 것보다 덜 힘들어 왠지 덕을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무거운 자전거를 길 위로 내리고 다녀온 뒤 다시 낑낑 끙끙 자전거를 2층으로 올리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삼모사. 도토리를 3개 4개 보상으로 받는 원숭이가 생각나는 바보스러움이다.

스콘가게와 내 자전거. 참새방앗간이라 그냥 지나치진 못한다.


사실 효율을 따지기에 자전거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남다르다. 바람. 그 단어가 딱 어울리는 그런 만족감이 있다.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는 기분이랄까, 불지 않는 바람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성취감이랄까...


 몇 살 때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아빠를 통해 자전거를 배웠다. 아마 내가 그랬듯 많은 딸들이 아빠의 배신 덕분에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을 거다.


어릴 때 우리 집 자전거는 어린이용이 아니었다. 엄마 아빠의 이동수단이었던 그 자전거는 나에게 꽤나 크고 높아 양쪽으로 기우뚱거려야만 페달에 발이 닿았다. 안장에 편히 앉아서는 페달을 돌릴 수도 없었다는 얘기.


어느 날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기로 결심한 아빠.

어느 날 둑길로 그 큰 자전거와 나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는 뒤는 아빠가 꼭 잡고 있을 테니 안심하라며 나를 자전거에 태웠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된다이~”

“안 놓는다~잡고 있다~”

기우뚱기우뚱

“안 놨재???”

“어어~잡고 있다~”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아보고, 아빠의 번쩍 든 두 손을 확인한 뒤 놀라 넘어진 건 말할 필요가 있나.

만세가 웬 말이야!!! 그 두 손으로 자전거를 잡고 있어야지~~


“뭔데!!!! 왜 놓는데!!! 잡고 있다매!!!”


아빠에게 왜 손을 놓았느냐 화를 냈지만 기억해..

말로는 화를 내면서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입꼬리가 올라갔던 거.


그때 그 기분.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설렘, 두근거림,

심장이 뜨겁게 뜀뛰는 그 느낌,

거친 숨이 콧구멍을 즐겁게 빠져나오던 그 기분...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이내 너무 기뻐지던 그 기억.

뇌 주름의 굴곡진 틈새를 시원한 바람이 꼼꼼하게 훑고 지나간다. 시원하기도 해라...


“내가 혼자 탔네??”

“거봐라. 혼자 잘 타네! 니가 해낸기다.”


자전거에서는 손을 놓았지만 아빠는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혹여 내가 넘어지면 다시 손을 잡아주러 뛰어 와야 하니까. 마음으로 계속해서 응원하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뒤를 잡아주고 있었을 거다.


지켜봐 주세요.
지켜봐 주면.. 언젠간 또 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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