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지역의 창업지원사업은 의성에서의 살아보기 프로그램과 연계가 되어 있다. 지역에서 살아보며 그 지역에 대해 알아가고,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생전 의성이라는 지역에 와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짧은 기간 안에 지역의 모든 자원과 문화를 익히기는 불가능 하지만 살아보고 싶은, 뭔가를 해보고 싶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경상북도 의성은 특별한 관광지도 아닌 그냥 시골이다. 바다도 없고, 드높은 산도 없는 평야. 특별히 무언가가 없지만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곳이다. 도시의 드높은 빌딩의 위세에 눌려 하늘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볼 기회가 없었다면 하늘을 무지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의성이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는 곳' 내가 의성에 와서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말이다.
서울에서의 삶은 나의 의지와 달리 계속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었다. 가만히 있고자 한다면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곳, 가만히 있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의미를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곳. 그런 면에서 의성은 웬만해서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 노잼으로 보일 수 있다. 하루 종일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나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서 움직이게 되는 곳.
어느 것이 옳다는 것은 의미 없다. 다 별로 일 수도 있고, 다 좋을 수도 있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을 안 해서 좋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이 많아져 좋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의성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다.
딱 의성이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의 경치 좋고, 유명한 관광지나 바다가 있는 곳을 선호했었다. 사람들도 많고, 교통도 좋고, 인프라도 괜찮은 그런 지역도 많이 있다. 그런 곳에 비해 의성은 그냥 시골이다.
아직도 왜 의성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의성을 찾았고, 살아보고 싶다 생각했고, 살기 위해 창업을 생각했고, 하다 보니 나름 재밌고, 의미 있다. 물론, 서울에서의 삶을 비교했을 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점만큼 단점이 많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비교라는 것을 해봤을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거면 의성에 살아볼 이유로 충분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