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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12. 2024

창업지원사업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지역에서의 창업지원 사업은 도시와는 다르다.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사업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기준, 그리고 그걸 평가하는 사람들까지, 도시에서는 이런 아이템으로 창업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로컬의 기준에서 본다면 서울에서 지원사업을 받는 아이템에 대한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창업지원 사업에 도전(만) 했었고, 지원 사업을 받는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했었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지원사업을 받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 차이가 굉장히 두드러져 보인다.


일단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창업 지원 사업 중에는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는 의성군에서 지원하는 청년 지원 사업을 받았고, 가장 큰 장점은 사업지원금이 크다. 같은 급의 지원사업(예비창업기업 대상)을 기준으로 봤을 때 1.5배 정도 크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하는 기준에서 본다면 지역에서는 보통 잘 꾸며진 사업장이 없기에 인테리어 비용과, 각종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비용(전기공사, 인터넷 공사는 필수다) 등이 들어가기에 결코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하는 창업지원사업의 경우는 지자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한 아이템이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다. 서울에서는 IT 관련 아이템들이 많은 지원을 받는 반면 지자체에서 하는 창업지원사업의 경우 식품제조가 주를 이룬다.


누룽지라는 아이템은 지역의 쌀을 활용하기에 창업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한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내가 있다. 나는 식품 기업에서 일을 해본 적도, 식품 관련 교육을 들은 적도 없다. 하물며 그 흔한 카페 알바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얘기하는 문제는 항상 공통적이다. '경험이 없다.', '근데 할 수 있겠냐.', '식품 쉽지 않다.'... 이런 질문에는 사실 답이 없다. 사실 지원사업 대면 심사는 내가 이 부분을 잘 준비한다고 해도 다른 태클을 걸어올 것이다. 그래도 계속 지적받는 질문에 대답은 해봐야 했기에 미리 방법을 생각해 봤다.


'경험은 만들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꼭 기회가 있어야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라는 기특한 생각을 해냈다.(대견)  IT기업에서 맨날 하던 걸 해보기로 했다. MVP를 만들고, 사용자 반응을 보기로. 일단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15만 원짜리 기계를 사고, 작은 포장지들을 샀다. 작은 오븐을 하나사고, 쌀을 사고, 누룽지를 샀다. 돈 쓰는 건 쉽다 하루 만에 다 샀다. 그리고 만들었다.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고, 내가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객관적 자료다.

시식회를 열었다. 지역 커뮤니티 단톡방에 '찾아가는 시식회'를 열겠다고, 주소만 주면 샘플을 보내주겠다고.

그리고 만들어서 배송했다. 의성은 넓고 기름 값은 또 하필 비쌀 때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뿌듯했다. 지원사업을 떠나 내가 만든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아이템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과정, 확신이 드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이 필요했었다. 그저 막연한 확신이 아닌 '근거 있는 자신감' 


물론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객관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필요했던 것을 찾았다. '근거 있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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