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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Oct 01. 2024

시골에서의 식품창업이 어려운 이유

 지난 1년간 시골에서 식품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창업을 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다. 식품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는 것이 참 까다롭다는 것을. 우리가 먹는 수많은 식품들이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들이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개인적인 기준에서 어려운 점을 꼽자면


1. 교육과 인증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그에 맞는 기준으로 설비가 되어야 한다. 정확하게 기준이 있기보다는 생산하려는 품목에 맞춰 갖춰야 한다. 그다음에는 보건증 발급, 위생교육, 담당자 방문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친다. 그다음에서야 영업신고증이 발급된다. 누룽지 같은 경우는 영업신고만 받으면 되지만 다른 식품들은 영업등록 갖춰야 한다.



2. 가격경쟁

 가장 큰 문제는 사실 가격이다. 대기업의 대량생산 원가를 맞출 수가 없다. 직접 해보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생산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심지어 우리가 사서 먹는 가격에는 유통비와 판매수수료까지 붙어 있다. 인건비만 붙여도 대기업 생산품의 가격을 가뿐하게 넘는다. '프리미엄', '수제' 등의 단어를 붙여 구매포인트를 잡는다 해도 그 정도로는 고객이 한두 번 정도의 구매만 할 뿐 이 이후는 사실 어렵다. 확실한 구매포인트를 마련할 수 없거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접근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



3. 마케팅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차별화를 생각했다면 마케팅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고객들은 전혀 새로운 제품을 반기지 않는다. 전혀 새로운 것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카테고리 속에 없다. 한마디로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이 없다. 차별화가 없다면 기존의 제품 카테고리 안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시장에서 구매를 하던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으로 다가가는 것과 기존에 없던 구매 포인트를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리고 요즘은 각종 SNS에서 PPL을 하고 있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생각지도 못한 광고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썩 괜찮은 정도의 번뜩이는 광고 정도로는 예전만큼 반응이 좋지는 않다. 더 많은 비용으로 더 많은 효과를 얻어야 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4. 인력 수급의 어려움

 어딜 가나 인력난 이라는데 시골은 더 그렇다. 거기다 주변에 일을 할 수 있는 청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직원을 구하기가 어렵다. 거기다 영세 소상공인인지라 정규직보다는 단기알바를 채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력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 그 때문에 도시로 이전을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아직은 인력이 엄청 부족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럭저럭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하고 있는데 바빠진다면 그것도 고민이 된다.


5.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처음 생각했던 창업이라는 것, 그리고 사업계획서 상의 계획들, 목표들 그것들을 달성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에 반해 세상은 빠르다는 것. 그것이 가장 힘들다.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들고, 예민하게 만든다. 세상의 속도에 비해 나는 너무 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그럼에도 또 생각을 고쳐먹고 할 일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무기력'과 '파이팅'의 경계에서 언제든 파이팅을 외치며 나아가야 하는 멘털관리. 끝나지 않을 싸움인 느낌이 든다.



 그 밖에도 어려움은 많다. 각종 인프라, 방역서비스, 원자재수급 등 도시에서는 이런 게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도시는 그런 것들을 최대한 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일을 하기에 그나마 이런 걱정을 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더 많이 부지런했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며 훨씬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나, 어떤 아이템이나 창업이란 각기 나름의 고충으로 어려운 길이기에 징징거릴 생각은 없다. 사업을 접을 생각도 당연히 없다. 다만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들에서 어려움이 추가되었고, 그런 어려움 하나하나를 헤쳐가며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느리게 가고 있지만 내가 멈춰있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도 나아가고 있기에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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