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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l 10. 2020

그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인가?

통계적 자살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사회적으로 저명한 이들이 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자살 원인이 신경 쇠약, 실연, 병고, 생활고, 가정 불화, 장래에 대한 고민, 사업 실패, 염세 등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남자의 경우는 신경 쇠약과 병고가 많고 여자의 경우는 가정 불화와 실연이 많다고 한다. 또 노인들은 병고, 청소년은 실연과 염세, 20대와 30대는 가정 불화가 대체로 많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적인 자살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의 신념을 표출하기 위한 이유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이유에 의한 자살이다.


첫째, 신념을 표출하기 위해 자살하는 경우다. 자기의 신념을 표출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은 선한 의도를 가진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예를 들면, 911 테러범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일반적인 견해로 선한 이들에 속하지 않는다.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지하드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무고한 희생자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테러범일 뿐이다. 911 테러가 발생하던 순간,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BBC 방송을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을 송출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며칠 후 BBC 방송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자살 테러범으로 양성되는 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였다. 지하드를 위한 자살 테러를 준비하는 이들은 영웅심과 자부심이 충만했고, 그 아내들과 어린 자녀들에게도 그들은 지하드를 준비하는 자랑스러운 남편과 아버지로 비치고 있었다. 물론 자살 테러 이후에는 그들의 행적을 기리기 위한 보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묘사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일제 식민 지배에 항거했던 애국 투사처럼 보였다. 이들과 달리 우리가 선한 의도로 신념을 표출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독립 운동가, 민주화 운동가, 노동 운동가 중에서 자살 폭탄 테러, 분신 또는 투신자살 등을 통해 신념을 표출했던 이들이다. 이들의 자살은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고, 남은 이들에게 그들은 살신성인한 영웅으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자기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해서 또는 자기의 무고함을 밝혀달라고 자살하는 경우다. 어떤 범죄와 연루되었을 경우 또는 연루된 것으로 매도되는 경우, 스스로 그 죄를 안고 가려고 또는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하려고 자살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경우는 대체로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예를 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여학생 성추행범으로 매도된 모 여자중학교 교사 등의 자살 사건이다. 이러한 경우, 그들이 연루된 사건은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곤 한다. 따라서 그들의 범죄 행위 유무가 법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묻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살한 이들의 편에 선 사람들은 이들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고 간 상대방을 맹렬하게 비난하기 마련이다. 진실은 깊숙한 곳에 묻힌 채로.


그는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설에 의하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변호사 출신인 그가 여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확한 이유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유명인의 자살은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자살이 최선"이라는 부정적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살은 그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정신적 충격과 고통과 마음의 상흔을 깊게 남긴다. (그가 자살한 것이라면) 자살의 이유가 통계적 이유에서였든, 또 다른 이유에서였든 그의 자살로 인해서 올바르지 못한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거나 위로받아야 마땅한 이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한 집안의 가장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정치인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애석한 일이다. Rest in Peace!



죽음을 생각하며, 또는 어떤이의 죽음과 관련해서 작가가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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