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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6. 2020

트라우마, [몸은 기억한다]

개인과 사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먼저 트라우마에 대해 알아야 한다.

2010년경 국방부에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한-UAE 차관보급 국방분야 회담을 위해 UAE 총참모부(우리 국방부)의 고위 인사가 방한하였다. 그의 안내자로서 관련 정부기관을 방문하는 등 3~4일간 그와 함께 다녔다. 그는 우리 군의 DMZ 근무 장병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예방과 대책에 관심을 보였다. "UAE 군보다 우수한 한국 군으로부터, DMZ 투입 전후 장병의 트라우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라고 했다. 한국 군은 6.25 전쟁 이후 수십 년간 DMZ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의 정중한 요청에 우리 측은 적절한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우리 한국 군에 그런 시스템에 부재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나도 트라우마가 있다. 그로 인해 간혹 나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한국 사회도 트라우마가 있다. 일제 강점, 미군정, 전쟁, 쿠데타, 천안함, 세월호, 탄핵......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은 몸의 기억이다. 사람 몸의 기억이고, 사회 몸통의 기억이다. 건강한 삶과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땅히 치유되어야 할 흔적이고 기억이다.

3~4년 전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으로 [몸은 기억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1970년대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PTSD)를 연구해 온 의학박사 Bessel Van Der Kolk가 쓴 [The Body keeps the Score]의 번역본이다. 저자는 보스턴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보훈병원 근무 시 참전군인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관련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가 되었다. 그는 트라우마의 재발견, 트라우마 상태의 뇌, 아이들의 마음, 트라우마의 흔적, 회복으로 가는 길로 챕터를 구성해서 이 책을 집필했다.

개인과 사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역사적, 임상적 통찰과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결합하여 혁신적 치료 방식을 제시한 이 책의 탐독이 개인과 사회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하나의 방편이 되길 소망하며 책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정신적 외상이 된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일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배우자와 자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48쪽)."

"정신적 외상이 10년 전에 발생했든 40년 넘는 더 먼 과거에 발생했든, 내가 만난 환자들은 전쟁의 경험과 현재의 삶을 연결해 줄 다리를 놓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준 사건이 곧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원천이기도 했다. 트라우마가 된 과거의 일을 다시 떠올릴 때만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49쪽)."

#트라우마 #PTSD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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